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카이 라인 - 뛰어봐야 벼룩, 피할 곳은 없다

효준선생 2010. 11. 28. 01:42

 

 

 

위험에 처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려한다. 하지만 귀신처럼 찾아내서 그 삶을 도륙해버리는 적이라면 분명 무서울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도망을 치려해도 늘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같은 막막함. 어느 순간 절명의 순간이 다가옴을 느끼게 되면 반항은 무의미하다. 그냥 천천히 죽을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체념의 때가 온다.

꿈이 아니다. 미국 엘에이의 펜트하우스에 갇혀버린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명줄을 노리고 색출해가는 외계인들에 의해 도망가기 바쁘다. 탈출구는 없다. 그저 미로에 갇혀 뱅뱅 맴돌다 밥이 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엄청난 파괴력에 의해 깔려, 혹은 댕강 잘려 죽는 수 밖에는.


영화 스카이라인은 공상 과학 블록버스터라는 장르 타이틀을 달고 선보였지만 공간의 스케일은 매우 협소하다. 호텔방을 연상케 하는 방안에서 옴짝달짝 못하는 상태에서의 주인공들의 움직임. 그게 다다. 그런데 더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영화 끝나기 후반부 10분 정도에 달려 있다. 주인공은 절대 외계인의 밥은 되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하게 “주인공들이 다 죽었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치 “2편을 만들테니 잠시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 같은 영상이 등장한다.


엘에이라는 메가 시티를 파괴하는 장면은 마치 2012에서 보여줬던 시퀀스와 흡사한데 같은 특수효과 제작사에서 손을 댄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 영화에서 특수효과는 배우 이상의 비중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해서 신선하거나 탁월한 정도는 아니다. 마치 벼룩을 수 억배 뻥튀기 해놓은 것 같은 모습의 외계인 모선과 새끼들은 왜 그렇게 지구인들을 잡아 들이는 것일까. 주인공을 우리편이라고 한다면 적의 괴수는 도대체 누굴까. 그들은 무슨 목적으로 이토록 잔인하게 죽이고 파괴하는 것일까.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다. 그저 공격만 가할 뿐이었다. 답답했다. 저항자체가 무의미 해보는 군대들, 하물며 무기조차 제대로 없는 주인공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을 가거나 안보이게 숨는 것뿐인데 그조차도 힘들어 보였다.


크게 부각되지는 않지만 이 영화는 종교적 뉘앙스가 엿보였다. 외계인들은 휴거의 형태로 사람들을 수집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들의 공격은 마치 종말론의 그것에 크게 어긋나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점이 마뜩치 않은 사람에게는 영화의 단점을 제공할 단초가 될지도 모르겠다.


잔인한 장면도 적지 않게 나오고 액션도 가미되며 빛을 보면서 변해가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역겹기까지 하다. 이미 만들어진 공상과학 영화의 프리퀄 정도로 생각하고 본다면 이 영화는 뒤로 갈수록 재미있다. 앞부분에 연기력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 배우들로 하여금 실소를 짓게 하지만 불필요한 배역들이 배제된뒤 보이는 다양한 파괴장면과 그 이후를 기대하게 만드는 궁금증 유발장치는 좋아보였다.


서브 타이틀로 달린 “인류 최후의 전쟁”은 최소한 이번 영화에서는 상상할 필요도 없고 보여주지도 않는다. 내년쯤 스카이라인2가 나오면 그때쯤 확인하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