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여의도 - 그 섬에서 벗어나고 싶다

효준선생 2010. 12. 1. 01:10

 

 

 

영화 여의도를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옥죄는 듯 무겁게 톤다운된 스트레스, 그것은 인간이 인간에 대한 모진 핍박과 거기에 대응하는 응전이었다. 그 두개의 힘은 일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스크린 뒤 관객들은 모르게 숨어 있는 힘은 더욱 크게 작용했다.


이 영화는 그럴 리 없다고 완전 부정할 수 없을 정도의 리얼리티를 확보한 것이 작지 않은 자산이었다.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몇 개월만 해 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조직문화, 위에서는 실적으로 쪼고 밑에서는 실력으로 치고 올라오는, 중간 간부들의 숨막히는 현실, 거기에 가정사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애꿏은 담배연기만 피워대기 일쑤다.


여의도에 술집엔 누가 갈까 국회사람들, 방송국 사람들 그것도 아니면 주식쟁이라는 그곳 종업원의 말처럼 돈과 권력이 모두 집결된 그곳에 누군가는 오늘을 살지 못해 허덕이는 사람, 분명히 있을 듯 싶다. 그들은 왜 그곳에서 목매고 사는가. 그건 마치 있지도 않은 환영을 친구삼아 혼잣말을 해야만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밤늦게 고주망태가 되어야만 다음날 출근을 보장할 수 있는 정글과도 같은 곳인지도 모른다.


주인공 황과장은 말그대로 낀 세대다. 옴쭉달쭉 할 수 없다. 그에게 남은 것은 해고 통지서와 사채업자의 협박, 식물인간인 아버지의 병원비등이다. 이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진자, 아무도 없어 보인다. 결국 그가 선택한 극단적인 방법은 안되었지만 나같았도 그랬겠다는 비관적 동정심뿐이었다.


비록 그는 선한 인물로 등장하지만 영화 속 그 뒤쪽에서는 그는 악마였다. 증권사 오너의 아들이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그보다 더욱 악한 짓을 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그 손은 오늘도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버지의 초라한 그리고 깨지기 쉬운 자화상이었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으려고 한다. 모두가 그를 짓밟을 생각만 한다. 그래야만 내가 살기에, 약해보이는 그를 철저히 밟아야만 내가 살 수 있다면 우린 더 모진 짓도 할 수 있다. 그게 인간이다. 수퍼맨 피규어에 유독 집착하는 남자, 그는 단 한 뼘도 날지 못하면서 날아보고 싶어했다. 그게 이상의 날개가 될지, 이카루스의 날개가 될지, 아니면 탐욕과 질시에 메말라가는 오늘 아버지의 뒷모습에 흔적만 남은 날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드라마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황과장의 친구로 등장하는 정훈을 좀더 현실적으로 끝까지 밀어붙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대신 주인공과 대척점에 선 조부장역의 고세원의 연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섬에 갇힌 것처럼 비유되는 오늘날의 직딩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았다. 누구도 황과장이 될 수 있고 또 누구도 황과장의 부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 허투로 넘겨서는 안될 듯 싶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蛇足) 시사회 매니아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시사회를 꼭 보고 싶었고 그 “꼭”이라는 마음이 통했는지 어렵사리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간혹 이렇게 "꼭" 보고 싶은 영화를 보게 될 때는 설사 영화의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고 해도 기분이 좋고 리뷰도 잘 써지는 편이다.  근데 낼 모레가 개봉일인데  많은 개봉관을 잡지 못한 것 같아 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