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리 만난 적 있나요 - 두번의 헤어짐 끝에 한 몸이 되다

효준선생 2010. 11. 26. 01:24

 

 

 

 

 

 

 

전생을 믿지는 않는다. 믿는다는 것은 짐이 될 수 있다. 설사 확실하게 누군가가 내게 당신의 전생은 무엇이었다고 말한다고 해서 현세의 내가 그렇게 될 리도 없고 내가 살아가는데 아무런 힘도 되어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전생에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 지금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누구다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수많은 인연의 끈이 닿았다는 것이며 설사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긴 할 듯 싶다. 이렇듯 내 자신의 원형보다 나와 관계를 맺었던 사람, 특히나 사랑했던 사람의 존재에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공통된 심리일 것이다.


전생에 맺지 못한 사랑의 인연, 내생에는 꼭 맺어보자며 함께 자결했던 봉건시대의 희생양들, 그들은 현세에 정말로 짝이 되어 잘 살고 있을까 아니면 엉뚱한 인연을 자신의 짝인양 착각하며 맨날 싸우고 지지고 볶고 살고 있을까


영화 우리 만난 적 있나요? 는 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이면서도 늘 애틋할 수 밖에 없는, 다가왔다 금새 사라지는 남녀의 인연을 다룬 사랑이야기다. 영화는 여자의 사랑에 대한 警句로 시작된다. 누군가를 정말 그리워한다면 다음 생에서는 그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대. 빙긋이 웃었다. 그럼 그가 좋아하는 그 사람도 다음 생에 태어날 수 있다는 거고, 그걸 그사람도 원할까 아마 그는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라지는 않을까.


이 영화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전생의 인연이 현세에서는 서로 바뀐 모습으로 태어났으니 서로가 서로를 강하게 원해서였을까. 아마 그랬던 모양이다. 성별은 큰 의미도 없이 같은 시대에 태어나 서로 사랑을 할 것 같았으니 이 얼마나 애틋한 로맨스인가.


그런데 재미있는 관계는 현세의 여자와 그녀의 아버지의 관계다. 전생에서는 서로를 죽이려하는 원수로 살았다가 현세에서는 부녀지간으로 등장하니 이런 운명이 있을 수 있을까. 오늘 나의 옷깃을 스쳐간 사람들은 전생에 얼마나 나와 인연이 깊었길래.


사진을 하는 은교(박재정 분)는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안동 모대학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하게 된다. 숙박을 하는 집의 딸 인우(윤소이 분)과 만나는데 이들은 대놓고 어디서 만난 적이 있지 않냐고 묻는다. 분명 무슨 관계일텐데 하는 다소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이내 청춘남녀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는 기분좋게 노곤하게 만든다.


안동지방의 볼거리, 특히 먹거리에 주목을 하고 가을을 찍은 듯한 피사체의 아름다움에 빠져 영화는 수채화에 유채화를 덧바른 듯 예쁘게 흘러갔다. 중간중간 이들의 정체에 궁금해할 장치는 보너스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만나는 순간 저 사람, 나와 운명이다 라는 느낌이 정말 확하고 올까. 괜히 농짓거리 한다고 욕이나 먹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말미 나레이션을 통해 그들의 전생과 인연을 설명해주면서 다소 급하게 마무리 짓는 점은 아쉬었지만 한번쯤은 내 인연에 대해 찾고픈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른바 쁘띠 영화다.


전생에는 인연이 못된 인연, 현세에 이뤄지나 했더니 그것도 순탄치 않고 과학의 힘을 빌려서야 비로소 하나의 結晶이 된 그 둘. 다음 생엔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까. 가을에 썩 잘어울리는 영화 우리 만난 적 있나요를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사이에 배우도 참가한 시네마톡을 통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