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김종욱 찾기 - 나랑 첫사랑을 공유할래요

효준선생 2010. 11. 25. 02:54

 

 

 

 

사람들은 첫사랑에 유난히 애틋한 감수성을 지닌듯하다. 세상 모든 사물이나 감정이 더럽고 메말라버렸다고 해도 “내 첫사랑은 말야”라고 시작하는 말에서 알싸하고 온몸이 풀어지는 느낌을 전해 받는다. 비록 남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김종욱 찾기는 이미 대학로 공연바닥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메가히트를 쳤고, 아니 지금도 절찬리 공연중에 있는 스테디셀러 연극 김종욱 찾기의 스크린 버전이다. 무대 콘텐츠가 상당부분의 자본을 받아 스크린으로 옮겨졌을때 그것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공연 관계자들로서는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을 듯 하다. 서양의 블록버스터급 뮤지컬 넘버도 성공하기 힘든 마당에 연극 김종욱 찾기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갈채를 받았던 이유는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야기, 좀더 자세하게 늘 그립고 한번쯤은 만나볼까하는 설레임을 갖게하는 그 첫사랑에 대해 설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첫사랑은 꼭 만나서 내 첫사랑은 지금 이모양 이꼴이구나를 확인해야 행복한 것일까 나이들어 쪼글쪼글한 주름살에 머리는 벗겨지기 시작하고 배는 나오고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 세는 게 더 빠를지 모를 그 첫사랑앞에서 난 의연할 수 있을까 오죽하면 지나간 첫사랑은 그저 추억속에 남겨줄때 가장 행복하다고 하지 않는가.


뮤지컬 무대감독을 하는 여자가 있다. 10년전 인도에서 만난 남자를 자신의 품속에 간직하며 두 번째 사랑엔 그다지 관심없다. 덜렁거리는 모습이나 술먹고 헤롱거리는 모습에 군인출신 아버지는 속이 타들어간다.


오지랖도 넓고 꼼꼼하기가 남정네 같지 않은 남자, 여행사를 그만두고 나와 첫사랑 찾아주는 회사를 차리고 사장소리를 듣지만 손님은 거의 없다.


이 둘은 첫사랑 찾기라는 목적을 가지고 의뢰인과 해결사로 만나며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영화 김종욱 찾기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예쁘다. 배우도, 배경도 이야기 구성도, 그걸 맛으로 표현하자면 관록의 뮤지컬 배우가 좋아하는 익스트림 핫 라떼와 비슷하다.


전혀 융합될 것 같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 그들이 찾으러 나선 것은 김종욱이라는 실체가 모호해 보이는 그 여자의 첫사랑이지만 알고보면 사랑엔 첫사랑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명구에 부합시키기 위한 잰 걸음들이었다.


영화 보면서 비슷한 경험과 추억을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번쯤은 첫사랑이라는 걸 해보았을테고 시간이 오래 지났다손, 영화 보면서 나도 저런 경험 있어라고 공감하기 시작하면 이 영화는 매력적이다. 두어 장면에서는 몰입해서 봐도 아깝지 않았는데 바로 인도에서 그녀가 김종욱과 사진을 찍는 장면이었다. 김종욱이 사진을 찍자 옆에 있던 그녀가 사진을 찍는 김종욱을 찍는 그 장면, 가장 예쁜 그림으로 꼽는다.


실제 뮤지컬 배운인 전수경의 멋진 넘버도 감상할 수 있으며 연극 김종욱 찾기로 무대에 올랐었던 여러 훈남 배우들도 영화에 카메오 이상으로 잔재미를 넣어주었다. 다들 자기가 김종욱이라는 설정은 레터스 줄리엣에 나오던 로렌초 찾기와 흡사해서 웃음이 났다.


영화 김종욱 찾기는 몇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랑은 늘 완성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니 꼭 마지막을 확인함에 두려워 할 필요없다. 소설의 끝을 읽지 않거나 하나 남은 호두과자를 먹지 않고 남기는 것과 사랑은 다르다. 그 전 사랑이 채 열매도 맺지 못하고 끝나버렸다고 해도 당신에게 사랑이 온다면 다시 하면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누군가에게 나의 첫사랑은 이제 시작되었네 라고 말하면 된다.


첫사랑이 지금 사랑에게 묻혀지는 그날까지 사랑하며 살면 되는 것이다. 12월 눈이 펑펑 내리고 곁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보면 좋을 영화, 용기내어 첫사랑을 공유하다 보면 새로운 사랑은 나도 모르게 올지 모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신의 첫사랑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옆 사람 손을 꼭 잡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