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책리뷰] 수필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 - 지금 잘 쉰것, 몇달은 갈겁니다.

효준선생 2010. 10. 28. 12:06

 

 

 

 

사람은 나이가 든다는 방증으로 몇가지 실례를 들어 투정부리듯 얘기하곤 한다. 그중의 하나가 <나이가 들면 욕심이 없어진다> 이말은 정말 쉬운 말일까 젊었을때는 주변에 보이는 무수한 사물들을 혹은 보이지도 않는 타인의 감정까지도 내것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며 살았다. 그러나 먹고 살게 되면서 생기는 경제적 여유를 통해 주변의 것들을 내것으로 하나 하나 쟁여놓으면서 드는 생각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이미 내것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을 어떻게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으로 엄습하는 나이, 대략 불혹의 그때가 아닐까


수필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는 좀 이른 시기에 출판사에서 보내준 한글 파일본으로 된 원고로 먼저 접했다. 완성된 책, 다시말해 이쁘게 제본된 책이 아닌지라 휘리릭 읽고서는 덮어두었다. 며칠이 지나 책이 나왔다는 말에 서점으로 가 책의 앞뒤, 속을 뒤집어보니 그안에는 멋지게 내 이름과 내가 만들어낸 추천사 몇 줄도 보였다. 기분 좋게 신기한 일이다.


붓이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 해서 수필은 소설과는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다. 제아무리 자신의 이야기를 삼투압시켰다고 해도 소설은 수필이 될 수 없다. 거짓, 가정이라는 전제가 소설의 특징이라면 수필은 그럴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센세이셔널한 문제작은 아니다. 작가가 십여년간 한국과 외국생활을 하면 겪었던 고민과 즐거움을 다양한 필치로 적어 놓았던 것을 연대 순이 아닌 주제순으로 묶어 놓은 책이다.

한번에 다 읽을 책이 아니라 부담이 없다. 난 주로 컴퓨터를 하다 하얀 백지에 껌벅이는 커서가 눈이 아플때 옆에 둔 책을 펴 전에 읽었던 부분에 끼어져 있던 책갈피를 들어내고 읽기 시작했다. 혹은 인터넷을 하다가 다운이 되면 그때도 마찬가지로 이 책을 끄집어 내 몇줄을 읽었다. 전 단락이 무엇이었는지 심각하게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하지만 단점이라고 하기엔 나처럼 초단기 기억소지자에게는 문제가 될 게 없다.


사랑은 이 책의 가장 큰 화두다. 그러나 그것보다 사는 것에 가장 큰 방점을 찍을 수 있다. 생각외로 이런 이야기도 외부에 노출 할 수 있는 용기에 놀랐고 끊임없이 갈구하는 배움이라는 목적에 지향하는 그녀의 노력도 가상해 보였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묘적사에 마음을 내려놓다 편이다. 사찰에서 묵을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외부로 알려진 템플 스테이처럼 몸을 혹사시켜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편하게 마음가는 대로 머물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나도 해볼까하는 추종의 마음도 생겼다. 마지막 부분에 주지 스님이 이런 말을 했다.


“무거운 것은 다 여기에 내려놓고 가벼운 것만 가져가”


정말 멋진 말이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가진 것이 늘어날 수록 그게 짐처럼 느껴지는 것이 바로 나이듬의 방증이라고 했다. 저자도 나도 가벼운 것만 가지고 떠날 수 있을까. 저자는 마지막까지 “어떻게 사는 삶”에 대해 다소 집요한 길찾기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다.  


좋은 사람을 만났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중이며 이렇게 속내를 피력할 수 있는 文才까지 가졌다면 이젠 가벼운 것만 취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데... 책은 덮혀졌다. 마지막에 내가 보낸 추천사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엔 바로 내 이름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