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책리뷰] 내 여자 친구는 여행중 - 떠날 수 있는 행복

효준선생 2010. 10. 25. 01:04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단지 그 첫 걸음을 내 딛기가 수월치 않아서 머릿속으로만 마음속으로만 생각만 하다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일뿐이다. 그러나 자극이 지속되면 훌훌 떠나지 않으면 자기 몸 한 구석이 마치 진흑덩어리처럼 스스륵 흘러 내릴 것 같은 고통마저 느끼게 된다.


여행은 중독이다. 제 아무리 힘든 여정임에도 다녀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아 그곳은 추억이 된다. 왜 지금 그때 그곳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의 여유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나 작가가 쓴 내 여자친구는 여행중은 수필과 소설의 중간 정도에 장르의 집을 지어두고 있다. 올곧이 100% 논픽션이라고 하기엔 허구가 보이고 또 완전 생구라라고 하기엔 그녀의 흔적이, 너무 생생해서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여행을 많이 해본 티가 물씬 나는 것은 책 중간 중간 보이는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팁들 때문이다.


책은 40%, 20%, 40%로 구성되어 있다. 낼 모레 서른 줄에 있는 이벤트 회사의 중간간부 김행아, 그녀는 미혼에 현재 남친은 부재, 미운털이 박힌 상사를 모시고 있지만 가장 친한 친구도 그 회사에서 근무한다. 전반부는 그녀의 소소한 일상, 회삿일, 남자이야기, 그리고 유명인과 같은 이름이지만 다이어트를 심각하게 고려중인 김태희와의 수다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까지는 여느 평범한 직장인과 대동소이해 보인다. 그럼 그녀의 여행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친구, 성별이 남자인 태호와의 전화통화에서 우연하게 튀어나온 나 아일랜드 간다에서 촉발된 사건. 결국 그녀는 아일랜드행 비행기표를 사고 그렇게 떠나기로 한다. 사실 이 책은 여행기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녀가 갔던 런던이나 아일랜드에서의 에피소드는 그렇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이미 가본 곳이거나 또는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이상의 체험을 해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하기 전, 여행을 결심하면서 그녀의 세상살이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 이 책에서는 “-” 표시가 들어가면 그녀의 본심을 말한다. 그 본심을 읽어내는 재미가 훨씬 좋다.


그녀에게 여행이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서울에서는 “ 나 해외여행가” 라는 말 한마디로 여럿 잡을 수 있다고. 맞는 말이다. 여행자유화가 된 지 이미 수십년도 더 되었지만 아직도 해외여행에 경외감을 갖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것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사회생활에서 그렇게 과감하게 튀어나갈 수 있는 지를 궁금해 하거나 부러워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당신이 백수라면 주변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책속의 김행아는 솔직히 부럽다. 다시 돌아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을 하게 될 것이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또 유사한 “사고”를 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제목 내 여자친구는 여행중이라는 의미는 이렇다. 대한민국의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들, 여자혼자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면 엄청나게 말리는 척하면서도 막상 여행을 떠나는 날, 다른 친구들을 불러 신나게 논다. 만약 사람들이 “네 여친은?” 이라고 묻는 다면 “내 여자친구는 여행중”이란 말로 대신한다고.


본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친다.


좋아하는 것이 한가지 더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한 순간이 늘어난다는 것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은 순간

여행으로 인해 힘이 나고 즐거워 진다

여행은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도 여행이 끝난 후에도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행복한 순간들을 선물해 준다.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