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레인보우 - 창작의 열매는 여우의 포도

효준선생 2010. 11. 18. 02:06

 

 

 

 

창작의 고통은 과정이나 결말이나 모두   매 한가지다 . 그럼에도 주어지는 일만을 하는 것과 달리 분명한 쾌감을 얻을 수 있기에 부나방처럼 다들 달려든다. 그곳이 펄펄 끓는 용광로나 다름없는 마지막 길일지라도.


수없이 많은 영화연출자들은 전과 달리 스스로 시나리오 작업을 한다. 그걸 들고 제작사등을 돌아다니며 딱지도 맞고 미적지근한 반응에 스스로 자괴도 하면서 인고의 세월을 기다린다. 타들어가는 담배개비가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해서 내놓은 결과물이 기다리는 건, 자기만족이 아니라 시장의 반응인 것이다.


작은 영화의 한계는 줄거리의 쫀쫀함이 아니라 보여지는 피사체를 통해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강요하려는데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화면에 돌덩이 하나를 지속적으로 비춘다. 관객들은 그 돌덩이를 보면서 "돌이 있군"이라고 생각할뿐이지만 감독은 그안에 수 십가지 철학이 들어있다고 은연중에 밝히고 있다. 스토리 진행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그런데도 카메라는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돌덩이를 비춘다. 괴리다.


영화 레인보우는 잉태되지 못한 결과물을 그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영화속 레인보우는 다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무지개라는 명사가 아닌 인디 혼성그룹의 이름, 그리고 감독의 시나리오 제목등. 그리고 감독의 아들은 그 시나리오 뒷장에 펄럭이듯 나부끼는 몇 줄의 이야기를 가지고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한다.


영화속 감독은 스스로가 선택한 길과 현실의 길 사이에 덜렁 놓인 듯 해보인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5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는 영화라는 아이를 잉태조차 하지 못한채 방황한다. 그렇다고 그 방황이 괴로워 보이거나 부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녀는 남들은 겁이나서 하지못하는 그 일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안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해보고 나서 평가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의 아들은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축이다. 열다섯, 스스로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는 그는 밴드부 활동을 통해 자신의 꿈을 마치 습작하듯 해나간다. 물론 프로의 맛은 없다. 그런데 부럽다. 엄마의 지지를 받고, 선배와의 갈등도 알아서 헤쳐나가는 모습이, 또래들이 보여주는 거친 반항도 그를 통해 여과해 내니 신선한 레몬에이드 맛이 난다.


실패만 거듭하며 어쩌면 불임이 될지도 모르는 감독으로서의 그녀, 상황은 생각지도 못하는 처지에 이르지만 그녀는 포기한 것 같지는 않다. 아들의 연주앞에서 그녀는 다시 카메라를 맨다. 그녀가 할 일은 “거지같은 관념”의 영상화가 아니라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과감한 대시일 듯 싶다. 마치 영화 레인보우의 신수원 감독처럼 말이다.


희망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체크할 때 가장 크게 보인다. 그때처럼 사는 게 즐거울때가 없다. 우린 잠시 있고 있었을 뿐이다. 실패라는 놈이 가로 막고 있고 그 뒤에 나타날 것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때문에. 이 영화 도쿄영화제 최우수 아시아 영화상을 수상했다는 낭보도 들려왔다. 작은 영화의 큰 힘, 규모가 모든 것을 결정짓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