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엘 시크레토 - 종신형은 내손안에 있소이다

효준선생 2010. 11. 15. 01:36

 

 

 

 

 

 

 

 

 

 

치명적 살인 사건의 장면이 스치듯 지나갔다. 한 여인의 강간 살해사건, 남편은 가장 큰 피해자다. 그는 언제나 기차역에 나와 앉아있다. 범인을 잡을 수 있으리란 생각에, 하지만 범인은 자신의 아내와 자신과 함께 사진까지 찍은 적 있는 면식범이다.


사건의 파일은 법원 직원의 손에 들어가 있다. 그는 이 사건에 심각하게 경도되어 있다. 주변에선 포기한 듯 한 사건임에도 그는 물고 늘어진다. 좀 주책스런 파트너까지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참여를 종용한다.


시간이 25년이나 흘러 어느덧 노인의 티가 물씬나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바로 그 전 법원의 직원으로 있었던 남자다. 이젠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어 옛 동료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예전 남자의 상관이었다. 남자가 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남자의 소설은 바로 25년전 그가 매달렸던 그 사건을 추리하고 결론을 낸 그 내용이다. 그런데 그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결론 부분에 이르러 마뜩치 않아한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영화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는 무척 두꺼운 포피로 감싼 살덩어리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물론 그 안에는 중심이 되는 뼈대 있고 혈액도 있다. 그런데 마치 비계덩어리같은 덧붙인 이야기들 때문에 핵심은 나중에서야 흐릿하게 알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서사방식은 매우 드문 케이스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법원 직원이자 지금은 작가로 등장하는 에스포지토처럼 보인다. 그는 무려 70% 정도의 비중으로 영화속 인물로 등장한다. 마치 그의 시선으로 영화를 풀어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 카피에서 말하는 “2010년 최고의 사랑”은 그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바로 모랄레스에 의해서 완성된다. 모랄레스는 바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그 남편이다.


관객들은 중후한 모습을 하며 시간을 초월해 분장쇼를 펼치는 주인공 에스포지토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그가 사랑하는 옛 상사와의 사랑이 느즈막히 이뤄질까. 이런데 포커스를 두겠지만 결론은 커다란 반전으로 산산히 깨지고 만다.


영화 중반에 모랄레스는 에스포지토에게 말한다. “범인이 잡히고 그가 사형을 당한다고 해서 자신은 만족하지 않는다. 그런 놈은 종신형을 살아야 한다.”


범인은 잡혔고 우습지도 않게 그는 곧 풀려난다. 이제 불안해진 것은 그를 잡은 자들이고 피해자들이다. 그렇게 에스포지토는 멀리 떠나 있었고 다시 돌아온 그의 눈앞에는 자신이 진실이 아닐까라고 쓴 소설과 25년을 한결같이 자신의 사랑을 언약을 지켜낸 남자의 모습이 확연히 교차된 것이다.


스페인어로 제목인 엘 시크레토는 비밀이라는 뜻이다. 엔딩이 올라가기 직전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는 강력한 한방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은, 결국 에스포지토의 눈으로 본 모랄레스의 실천(?)이야 말로 이 영화의 백미이자 감독이 하고자 한 주제였다. 난 그렇게 못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