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듀데이트 - 악연도 시간이 지나면 절친?

효준선생 2010. 11. 11. 01:28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 공항에서 스치듯 만나자 마자 타고 온 차 문짝이 날아가질 않나 비행기 안에서 욱하는 성질 때문에 행동의심자로 걸려 탑승거부자 명단에 오르질 않나. 그게 모두 생김새는 곰처럼 생긴 남자때문이다. 핸섬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미치기 직전이다.

그런데 어쩌나 천사의 도시에 사는 아내가 분만직전이라니 가야는 하고 갈 도리는 없고 신분증이 든 지갑도 오리무중인지라 이 남자 주차장에서 남의 차까지 손대고 있는 중이다.


건축가 피터 하이맨은 아틀랜타에 왔다가 황당한 일에 휘말려 쩔쩔매고 배우지망생 에단 트렘블리는 그런 그의 앞에서 깐족거리며 동행을 제안한다. 물론 그에게는 소니라는 개 한 마리가 부록으로 달려 있다. 이 두 남자와 개 한 마리의 미치고 팔짝뛸 긴 여정은 그야말로 기절초풍 황당무계한 로드 무비로 꾸며진다.


 

 

영화 듀데이트는 시작부터 시끌시끌하다. 상상할 수 없는 온갖 종류의 사고는 다 일어난다. 와플알러지가 있는 에단이나 완력있는 장애인을 몰라본 피터나, 주인따라 원초적 본능에 매우 충실한 강아지나 이들의 갈길은 너무나 멀기만 하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운명을 달리 할 지도 모를 상황이다.


악연처럼 엮인 것처럼 보이는 이들 관계는 쉽사리 끊어지지 못한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코미디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정에 굶주린 남자의 고의적인 행위임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좀 뭉클하게 만들기도 한다. 냉정하게 돌아서 버리면 그만이었을 순간도 몇 번 나온다. 그럼에도 줄창 싫다고 툴툴거리는 피터는 갈등하고 그를 받아 들인다.


아내의 출산일에 맞춰 엘에이로 가야함에도 아버지 유골을 뿌리기 위해 그랜드 캐년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한 에단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일부러 멀리 돌아온 피터. 어쩌면 그에게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정이 완전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드라마적 요소는 두껍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강렬한 일차원적 욕구에 대한 신체적 발현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이자 아쉬움이기도 했다. 비록 야하고 찐한 헐리우드식 저급한 유머가 거슬리는 관객도 있지만 일단 킥킥거리고 웃을 수 있었다는 점에선 만족이다.


혼자서는 충분히 상상하고 혹은 그렇게 하면서 살고 있으면서도 괜히 다른 사람들 이목을 의식해서 그런 유머에 머쓱해 하거나 불편해 하는 것. 그런 선입견만 지울 수 있다면 충분히 웃고 볼 수 있는 영화다. 허나 마약류에 대한 비교적 관대한 처방이나 애완견에 대한 다소 거친 대우는 관계자들에게는 껄그러울 수 있어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 청소년 관람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