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언스토퍼블 - 왕고와 신참의 화끈한 앙상블

효준선생 2010. 11. 10. 03:53

 

 

 

 

 

 

 

어쩌면 싱겁게 끝날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주인공을 코너로 몰고가는 액션 영화의 주류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때문에. 하지만 좋아하는 덴젤 워싱턴의 영화였기에 일단 한 표 주고, 거기에 영화 스피드와 펠헴123(토니 스캇의 전작)을 연상케 하는 박진감 넘치는 쾌속 질주가 영화 전편에 흐른다는 선전문구에 기대가 컸다. 바로 영화 언스토퍼블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액션물이지만 정의의 주인공 반대편에 있는 잔악하고 계획적인 악당이 없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더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며 곤경에 처넣는 악당의 부재는 자못 심심한 영화로 만들 수 있었다. 기관사의 실수가 엄청난 문제를 만든 것, 사실 초기에 진압했다면 일은 그렇게 커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허나 유독약품을 가득 실은 무려 4,500톤의 기관차가 시속 100~120km를 넘나들며 가속이 붙어 질주하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잽싸게 현명한 해결책을 내리기는 힘들어 보였다.


제법 똑똑해 보이는 통제실 직원들도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덴젤 아저씨의 선택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내가 던진 한표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는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해고통지서를 받은 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다. 아내와 사별하고 야한 복장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학비를 버는 딸 뒷바라지를 하는 그. 무려 28년이나 열차 운전대를 잡았던 그의 침착한 판단은 이 영화의 결말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다. 


그에 반해 입사 4개월만에 차장으로 들어온 신입 윌은 베터랑 눈에는 햇병아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에게도 마음아픈 가정사가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곁에 있을 수 없는 사건. 이렇게 둘은 마음 한 구석에 산뜻하지 못한 심정으로 오늘도 열차 핸들을 잡았고 공교롭게 괴물과도 같은 폭주 기관차와 맞서게 된 것이다. 그들이 탄 1206호 열차는 폭주기관차에 비하면 무쏘자동차앞에 선 티코나 다름없었다.


영화 언스토퍼블은 제목처럼 스피드를 빼면 시체다. 범인과 주고 받는 공방 대신, 777이라는 글씨가 선명한 붉은 색 열차는 마치 탱크처럼 대도시를 향해 질주하고 그런 괴물앞의 경찰과 시덥지 않은 대책을 내놓는 간부들은 오히려 있으나마나한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대규모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가 아니라 회사의 주가에 있었던 모양이다.


이미 말했지만 이 영화는 단순하다. 도저히 막지 못할 것 같은 기관차, 그걸 막아야 하는 두 명의 남자. 과연 누가 이길까. 그리고 두 남자가 가지고 있던 마음속 빚은 해소가 될까. 열차안에서 서로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장면을 비롯해 주변인물들의 드라마와 갑자기 확 꺼지는 듯한 결말이 좀 아쉬웠지만 오히려 마치 방송사의 현장 중계를 보는 듯한 박진감에 순간 순간 보여지는 굉음과 파괴력, 이런 비주얼과 오디오가 보는 내내 손을 꽉 쥔 채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과연 이 영화 보면서 쿨쿨 자는 사람이 있을까. 공포영화도 아니면서 신나게 집중할 수 있다면 98분이라는 시간을 결코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