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데블 - 아무도 이해못할 악마의 존재감

효준선생 2010. 11. 8. 01:35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취향에는 분명히 혼령이라는 화두가 존재한다. 설사 그 영화가 액션이든, 판타지물이든 그가 지향하는 동양적 사상에 천착한 그의 특유의 냄새가 난다. 설사 서양배우를 다수 썼다고 하더라도.


영화 데블은 제목에 아예 나와 있다. 악마라는 존재가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고 시작한 이 영화는 그 악마가 언제쯤 나타날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악마의 존재가 눈앞에 나타나면서 영화의 존재감은 사라져 버렸다.

다시 말하자면 이 영화는 차라리 원혼에 가까운 악마의 이미지는 차라리 없었던 것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대개 시골의 폐가 주변에 나타나기 마련인 혼령이 메가 시티, 그것도 사람들의 눈이 그렇게나 많은 엘리베이터주변에서 얼쩡거린다는 설정은 신선하기는 했지만 풀어나가는 방법, 그리고 매듭짓는 방법에서는 형편없어 보였다. 답답했던 것은 그 악마가 왜 등장해야 했는지, 영화 초반에 전혀 복선같은 게 없었다. 그러니 혹시 누군가 사람이라는 탈을 쓴 악마는 아닌지, 혹은 악마는 애초부터 없었고 개인적인 원한을 풀기위한 복수극은 아닌지 그런 추측이 영화 보는 내내, 심지어 잔인한 살인이 연속되는 순간에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섯 명의 서로 낯선 사람들이 하나의 좁은 공간에 갇힌다. 외부와의 통화도 어렵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서로 도와 그곳을 빠져나가려는 생각보다 서로를 더 의심하고 심지어 폭력까지 휘두른다. 그들은 왜 그렇게 조급해 했을까 만약 성공적으로 고쳐 정상운행되고 문을 열려 외부로 나왔을때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실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좁은 공간안에서 모르는 사람과 밀착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좋은 기분은 아니다. 그래도 참을 수 있는 이유는 조금만 버티면 이 답답한 공간을 벗어날 수 있으리란 인내때문이다. 그런데 그 인내심이 한계에 부딪치고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가 같은 공간안에 있다는 생각은 상상외로 공포스러운 일이다.


영화 데블에는 갇힌 인물 다섯과 그들을 구조하려는 형사가 등장한다. 이 영화가 재난 구조영화도 아니고, 누군가의 유괴나 협박에 의한 인질범죄영화도 아니다. 모종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 혹시나 혼령의 장난이라고 부르는 것에 의한 지속적인 공략. 이런 것이 축적되며 사람들 사이의 불신과 카니발리즘에 가까운 살육이 도발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남는 자는 죄값을 치러야 마땅했던 그 자다.


다른 인물들은 분명 들러리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죽을 이유도 별로 없다. 하지만 플래시백을 이용해 그들이 용의자일지도 모른다는 주입식 추정, 한 명이 죽을때마다 정체를 감추는 암전, 어수선하고 타당하지 않았던 결말등은 이 영화를 비추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물론 샤말란의 영화는 아니다. 좁은 공간안에서 옥의 티 안 생기게 잘 찍은 카메라팀에게는 격려를 보내지만 이런 허술한 각본으로 제작을 겸한 샤말란에 대해서는 또 한번 고개를 가로지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