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 소는 보았다. 당신의 꿈을

효준선생 2010. 11. 7. 00:22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 대해 좀 심심한 영화라고 하는 평을 보았다. 개봉한 지 이틀 되었는데도 극장안은 한산했다. 아무래도 심심하다는 평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했다.


심심하다고 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주먹이 오가며 시끌벅적하고 피칠갑으로 도배를 하고 욕이 난무하는 유채화가 있는가 하면 여백의 미를 충분하게 느낄 수 있는 동양의 수채화를 한 폭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우린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 위해 도심에 살면서도 자꾸 시골에 한번 가서 공기도 쐬고 생각도 가다듬고 해야 할텐데 하는 넋두리를 하곤 한다. 거꾸로 시골 사람들이 서울가서 같은 목적을 대지는 않는다. 서울은 스스로 생각할 여유를 주는 장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 영화를 보면서 텅빈 여백에 나만의 생각을 조금 넣어둘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다.


남정네 하나는 아직 결혼 못한 노총각이다. 집안 등쌀에 못이겨 애지중지 키우던 소를 팔아 버리겠다고 소를 트럭에 태운뒤 집을 나가버린다. 그리고 중간에 연락이 닿아 동행하게 된 옛날 여자 친구. 그리고 길 중간 중간 연을 맺은 여러 사람들... 이 영화는 그렇게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사는 이야기를 해준다. 물론 그 곁에는 소가 있다.


주인공 남자 폴과 주인공 여자 메리가 극의 화자인 셈이지만 이 영화는 어쩌면 소의 눈으로 보는 인간 세상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고 꿈을 꾸지만 그걸 소는 모두 들여다 보는 것 같다. “ 이 소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 그렇다고 하면 오른쪽으로 꼬리를 흔들어”


영화 후반 진위를 알 수 없는 꿈 장면이 남자를 통해 두 번 보여진다. 하나는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다른 하나는 이 영화에 나온 그 이름도 우스운 맙소사라는 사찰의 화재 장면.


근데 그 한가운데 소가 있다. 영화는 사람의 눈이 아닌 소의 눈으로 보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소를 안판 것인지, 못판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이야기가 한낮 소의 꿈속에 나타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재미있는 것은 주요 등장인물에게는 두 개씩 이름이 있다. 한수라는 이름이 있는 소에게 죽은 친구의 별명인 피터라는 이름을 붙여주자 거기에도 반응하는 소.

혹은 죽은 친구의 빙의는 아닐까.


영화는 불교적인 색채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인연, 윤회의 이미지가 다수 표출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서는 다소 몽환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 몇 개 던져진다. 답은 없다. 문제 자체가 아닌지도 모른다. 길을 떠났다가 다시 소와 함께 돌아온 폴처럼 이 영화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겉은 텅비었지만 그 안은 아름다운 5월의 산하로 가득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