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불량남녀 - 미운정, 고운정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효준선생 2010. 11. 3. 02:04

 

 

 

 

 

 

 

영화 불량남녀를 보고선 첫마디는 재미있다. 그것이었다.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니다. 혼자 보고나서 혼잣말로 재미있다는 소리가 나왔다.


가을엔 사랑이야기가 먹힌다. 좀 유치하고 좀 흔해보여도 사랑을 소재로 영화는 기본은 된다. 불량남녀가 따악 그런 수준이다. 헐리우드의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제대로 한국적 냄새를 풍긴다고 표현하고도 싶다.


두 남녀가 있다. 한 명은 꼴통같지만 일하나는 잘하는 형사, 한 명은 채권 추심회사 직원이자 노처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둘의 관계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다. 한편 공통점도 있다. 남자는 친구의 빚보증으로, 여자는 과거 남자의 빚보증으로 힘든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돈을 갚아야 하고 돈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사는 게 힘들기만 하다. 물론 그렇다고 세상을 비관하거나 거칠게 반항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때 그때 진한 페이소스가 뭍어나는 유머같은 욕설로 그걸 대신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연처럼 만난 두 남녀, 처음에야 죽을 듯 살릴 듯 그러지만 한 두 번 만남이 이어지다 보니 없던 정도 생긴 모양이다. 이런걸 미운 정이라고 하나. 이야기 전개는 거친 형사들의 세계를 비추다 보니 좀 투박한 면도 있다. 거기에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추심회사의 이면도 슬쩍 끼워 넣기도 하고.


둘이 가까워 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이지만 인질 사건에 휘말리면 둘의 관계는 삐그덕 거리는데...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당연히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막가파” 코미디 연기의 달인 임창정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애드립으로 가득찬 그의 연기, 사실 스크린에서는 그는 거의 웃지 않는다. 웃어도 쓴웃음을 짓는 얼굴로 보인다. 거기에 무엇을 하다 왔는지 시커멓게 탄 얼굴은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을 그는 전적으로 사람들을 웃기게 하는 연기로 승부해냈다. 물론 여주인공은 엄지원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나이보다 어려보이게 하려고 깻잎머리를 고수하고 임창정과 완전대비되는 하얀 피부,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목소리가 그렇게 매력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나긋나긋하고 애교만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짚신도 다 제짝이 있는 모양이다 싶다. 세상에 채권자와 채무자가 어찌 사랑에 이르게 될 거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겠나. 영화 중반쯤 이 둘이 확실하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임창정의 “나름 남자답게 보이기 전략”에서는 우와하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연애 전략으로 써먹을 사람 많을 듯 싶다.


가을이다. 짝이 없는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웬수도 다시 쳐다볼 일이다. 누가 알겠는가 그가, 혹은 그녀가 자신의 반려자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