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참을 수 없는 - 네 남녀의 엉켜버린 속사정

효준선생 2010. 10. 29. 00:55

 

 

 

영화 참을 수 없는에는 한 가정과 두 명의 싱글이 등장한다. 물론 주인공은 싱글 중 추자현이 맡은 강지흔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일인칭 서사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단지 사건이 발생하고 마무리 지어지는데 그녀가 남들은 모르는 열쇠를 쥐고 있을 뿐이다. 이른바 키맨이다. 나만 입다물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야?


한 가정, 그 가정을 들여다 보자. 번듯한 중형 아파트, 친구에서 방하나를 내줄 만큼 넉넉한 규모의 그곳에서 출판사에서 해고당하고 친구에게 얹혀사는 강지흔은 조금씩 목도한다. 그 부부의 삶이 삐거덕거리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그 사실을, 그녀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흔한 플래시백을 써서 애써 노골적으로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들 부부는 겉으로는 아주 평온하고 남들이 볼때 부러워할 만큼 자알~살고 있는 것 같지만 특히 아내(한수연 분)여자에게는 결혼에 대한 환멸같은게 있어 보인다.


별다른 이유도 모른채 아이를 낳지 못하게 되면서 의사인 남편(정찬 분)의 선배인 산부인과 닥터에게 몸을 보여줘야 하고 마치 불임의 탓이 여자에게만 있다는 듯 묘사되는 부분에서 그녀에게 가해지는 부담을 말해주고 있다. 아침이 되면 빵과 우유가 아닌 따끈한 국에 밥을 먹어야 하고 다림질이 잘못된 와이셔츠를 용납하지 못하는 남편 앞에 그녀는 아내가 아닌 식당주인 혹은 세탁소 주인이 되어야 했다.


영화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비록 여주인공 강지흔에게 닥친 서른 즈음의 여성들이 한국에서 살며 부딪치는 이런 저런 사회적 관심이나 편견, 그녀 특유의 껄렁대는 성격이 마치 이 영화의 주류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남편이 있는 여자가 과연 남편이 아닌 남자에게 유혹당할 수 있는가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들여다 보아야 한다.


쉬는 날 야구중계만 들여다 보는 의사남편보다 아닌 락 클라이밍을 즐기는 남자(김흥수 분)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선물로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남자, 그 남자의 소위 “나쁜 남자” 스타일은 분명 일탈임을 알지만 성적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치명적 유혹이었음을. 영화는 아슬아슬하게 사회 통념의 인식을 건들이고 있다. 불쾌하다기 보다 짜릿하게.  


영화는 분명 그랬다. 배역들이 모두 싱글들이라면 이 영화 뭐 그다지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있는 부부의 맞바람에 호의적인 한국인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특히 본인이 유부남 혹은 유부녀라면, 하지만 그건 속물근성이자 강박일 지도 모른다. 문제가 자신에게 벌어졌을때 “난 절대 안그래”라고 말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진짜 문제는 자신의 배우자가 자기 몰래 저러고 다니지나 않을까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그랬을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뿐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조금만 쿨하게 생각하자면 남들이 보기에 그럴 듯 해보이는 “새장”안에서 갇혀 지내는 여자에게 바깥세상의 유혹은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 혹자는 이 영화가 스와핑까지 부추킨다고 설레발을 치던데 그건 영화속 조건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에게 끌려 선택한 길, 성인이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반려자와 결혼을 했다면 성인이기에 더 이상 살기 싫은 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가능하다. 최소한 이 영화는 자극을 주었을 망정, 인륜을 저버리는 해괴한 선택은 하지 않았다. 울고 짜며 재결합이나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스스로가 선택했기에 그 책임도 다한 것이다. 비록 그 결과가 너덜너덜해진 이혼 후를 연상케 하더라도 말이다.


인연이 아닌 자들이 억지로 그 헤진 인연의 줄을 부여잡고 지지고 볶는 삶도 그렇게 해피해보이지는 않다. 영화 말미, 야구 연습장에서 강지흔은 힘차게 배트를 휘두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내와 이혼한 남자도 있다. 취미가 같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 인연은 그렇게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