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이파네마 소년 - 사랑을 나누어 꿈꿀 수 있다면

효준선생 2010. 10. 26. 02:35

 

 

 

영화 이파네마 소년은 판타지라는 설정에 익숙하지 않고 현실적인 서사구조로 된 영화를 즐긴다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아니 좀 멍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등장인물이라야 남녀 주인공 둘, 친구가 하나 나오고 나머지는 그야말로 행인 1, 2, 3이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재미있는 현실이 있다. 남자 주인공이 잘 나가는 패셔니스타의 “남자”라는 것과 또 패션모델계에선 신인 영화배우이상의 대접을 받는 다는 것.

영화의 구조자체가 장자의 나비의 꿈을 차용한 듯 싶은 것도 재미있다. 영화 초반부 “그럴 것 같은데”라는 추측을 주는 시퀀스가 몇 개 등장했기에 다 보고 나서 “거봐 그랬잖아” 하는 의기양양.


소년의 친구는 일러스트레이션속의 유령 해파리다. 소년은 해파리를 통해 자신의 꿈, 사람, 이상향을 언급한다. 해파리는 소년에게 어디론가, - 물론 어디인지 자세하게 언급되지 않는다. 이파네마라고 한다. - 단지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대신 전해준다. 그런 소년 앞에 소녀가 등장한다. 별로 말도 없다. 그런 소녀에게 소년은 기시감을 느낀다. 둘은 무척 오랫동안 만났던 것처럼 굴지만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소년과 소녀의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모른다. 그냥 화면에 보이는 대로만 따라가면 된다. 맥주와 소주를 마시기에 미성년자는 아닐 듯 하고 수영연습을 한다기에 수영선수나  혹은 체육학과 학생일 수도 있고 이름은 한 번 언급되지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게 영화 스토리에선 큰 의미가 없다.


물론 몇 개의 단서는 있다. 키보다 큰 서핑보드, 조리라고 불리는 신발, 오징어구이, 산낙지. 하지만 영화의 전개를 거스리거나 복선, 반전을 야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귀고리 하나가 약간의 의미를 부여하긴 한다. 사라진 귀고리 하나, 소년은 소녀에게 건네지만 어느 순간에 보이지 않았다.


영화는 소녀의 꿈 이야기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녀, 남해안 바닷가에 와있다. 그리고 어느날 해파리에 물린 뒤 잠을 자며 소년을 본 것이다. 귀고리는 잃어버린 게 분명하다. 꿈속에서는 소년이 주워 돌려주었지만 꿈을 깨고 보니 여전히 하나뿐인 거다. 


영화는 소년의 꿈 이야기다. 일본에 와 있는 그, 분명 소녀와 함께 있었는데 소녀가 사라졌다. 함께 간 음식점에도 그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없다. 길을 헤맨다. 소녀의 부재는 그에게 무슨 의미일까.


영화에선 겨울의 일본 로케, 여름철 바닷가 장면이 교차 편집된다. 두 개의 이야기의 시점은 다르다. 하나는 소년의 다른 하나는 소녀의, 그렇다고 각각 꿈을 꾼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각각의 꿈속에 나타난 상대방이 여기서 말하는 바로 그 소년, 바로 그 소녀가 아니어도 괜찮다. 사랑의 기억에 대해 잊어버리거나 혹은 상기하거나, 모두 판타지이기에 가능하다.


사랑은 현실적인거야 라고 하지만 그 나이대 사랑은 판타지스러운 게 좋을 듯 싶다. 이수혁과 김민지의 풋풋한 이미지와 눈부시게 푸르는 풍광, 그리고 자꾸 가보게 하고 싶은 일본 삿포로의 블랙 모노톤의 패션과 배경이 참 아름답다.


하이틴의 팬덤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영화이긴 한데 자극적인 이성관에 더 큰 호기심을 보이는 그들이라면 영화속 사랑은 좀 먼나라 이야기로도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