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 - 큰손, 어디까지 가봤니?

효준선생 2010. 10. 28. 01:54

 

 

 

은행에서 단 돈 10원이라도 빌리는 순간 당신은 빚을 지게 된다. 그리고 그 돈으로 내가 긴급하게 필요한 부분을 해결했다는 생각에 안도하겠지만 그 돈 10원은 잠을 자지 않고 마치 거대 괴물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 괴물은 일요일이라고 쉬지 않는다. 무심코 시간을 흘려보낸 뒤 10원을 갚기 위해 은행을 찾은 당신은 이미 커질대로 커져버린 괴물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원금이 아닌 이자를 말할 때 흔히 당신은 달콤한 잠에 빠져 있는 순간에도 이자 괴물은 증식한다. 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겨난 이자는 누구의 몫일까? 순수한 은행의 것일까. 아니면 빚을 진 사람에게서 빼앗은 것일까 둘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금융은, 거의 대부분은 인간의 영악한 셈이 만들어낸 가장 치밀한 사기술이다. 범법과 그렇지 않은 것은 사법의 판단일뿐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필드에서는 결국 남이 가진 돈을 교묘한 시스템과 달콤한 화술로 빼앗아 오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사기라고 여기지 않는다. 자신은 언제나 따기만 할뿐 잃을리 없다고 자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로섬 게임에서 잃는 사람이 없다고? 미국의 불경기 시절,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시절 그들이 내 놓은 방책이라는 것이 투자 은행 몇 개를 손보고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낸 것 뿐이다. 그 사이 빌리고 갚는 시스템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엄청난 손실을 뒤집어 써야했다. 하지만 분명 뒤에서 웃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 돈이 땅밑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이 소수에게 고도로 밀집되는 현상을 그린 영화 월스트리트 머니 네버슬립은 이런 미국의 천박한 자본주의에 대해 그다지 어렵지 않은 현실을 한 개인의 가족사와 맞물려 보여주는 경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히 돈거래가 이뤄진다는 뉴욕 월스트리트다. 그 안에서 투자은행의 직원으로 일하는 남자, 그를 사랑하는 인터넷 뉴스사의 직원, 그다지 부러울 게 없는 선남선녀에게 닥친 운명은 바로 남자의 해고다.


또 하나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 바닥에서 큰손으로 알려졌다가 삐긋하는 바람에 감옥에 갔다 출소한 고든 게코. 이들은 장래의 장인과 사위라는 관계이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해고후 라이벌 투자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남자에게 게코는 좀 과한 제안으로 하고 그게 속임수라는 사실에 남자는 황당해 한다.


경제 영화라고 어렵게 대할 필요도 없고 배신과 술수가 난무하는 그 바닥의 영화라고 해서 두려워할 것도 없다. 주식관련 용어는 별로 등장하지도 않으며 생각보다 쉽게 큰 회사 몇 개가 도산한다는 사실만 알면 된다. 그보다는 게코 가족에게 찾아온 일에 대해 그 결말이 드라마적인가 아니면 스릴러적인가만 살펴보면 된다.


결말은 좀 허술해 보인다. 자신의 야망과 경제력을 되찾기 위해 딸과 사위마저 속인 게코가 손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의 사진에 현혹되었다는 게 마뜩치 않다. 그렇게 영화는 앞쪽에서 주식거래속에 함몰된 미국의 허약하기만 경제의 이면을 투사하는 수고를 어느정도 갉아먹고 본격적으로 가족 드라마로 전환을 해버린다. 이런 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어설픈 이코노미 스토리라 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가족간의 화해가 어찌 이루어질까를 보여준 그냥 그런 사랑과 전쟁의 헤어진 아버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실제 커플인 샤이어 라포프와 캐리 멀리건의 현실감 있는 연기, 그리고 노익장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더글러스의 중후한 매력, 거기에 올리버 스톤의 연출력이 빛나는 영화 월스트리트 그 두 번째 이야기는 가지고 있는 밸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가을바람처럼 짧게 지날 갈 것 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