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전아리 소설 팬이야 - 누굴 좋아한다고 외쳐보세요

효준선생 2010. 9. 14. 01:14

 

 

 

 

그냥 똑같은 한 해를 보내면서도 9라는 숫자가 들어가는 나이가 되면 보내는 10년의 아쉬움과 맞이해야할 10년의 두려움이 교차하면서 뭔지 모를 불안감을 안고 살게된다. 또 누군가는 그게 싫어서인지 아예 한 살을 빼거나 아니면 체념하듯 한 살을 덧붙이기도 한다.

여자 스물아홉, 아직 미혼에 정규직 사원이 아닌 뭔지 불안한 상황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전아리 소설 팬이야는 바로 이런 인생의 카오스적 시기를 헤치며 위태롭게 중심을 잡아가며 사는 한 여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김정운, 중성적이다. 만약 그녀의 이름이 작가의 그것처럼 한 귀에 여성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스물 아홉의 그녀의 이미지는 매우 정형화되지 않았을까 싶다. 남성에 가까운 중성적 이름의 그녀라면 쉽게 연상되는 이미지도 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될대로 될라는 식의 막가파 인생도 아니고 본인은 착실하게 살지만 주변에서 잘 도와주지 않는 어찌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다. 그녀에게 주어진 환경이란 이렇다. 원룸에 혼자 산다. 많지 않은 월급에 혹시라도 정리해고나 되지 않을가 간혹 걱정을 한다. 회사안에서는 그다지 존재감도 없다. 사람들은 그녀를 골려먹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의 회사생활은 녹록하지도, 그렇다고 엄청나게 비전있지도 않아 보인다. 그렇다며 그녀의 연애사는 어떨까 나이를 먹은 만큼 남자를 아는 것도 그렇다고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녀의 동기 현정처럼 연애도 처세다라고 외치지도,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다. 오히려 말도 안된다 싶게 시리우스라는 남자 아이돌 그룹을 쫒아다닌다.


그녀의 독특한 취미생활은 그럼으로써 그녀의 인생사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오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만남, 한눈에 반한게 아니라 원수가 인연이 되고 그게 삼각, 사각관계가 될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게 된다.


그녀의 주변인물들은 범상치 않다. 그렇다고 모두 속물 근성에 빠져 있지도 못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자신들의 잇속은 확실히 챙길 줄 안다는 정도. 그들은 김정운이라는 여자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혹은 멸시를 쏟는다. 전자에게서는 질투를, 후자에게서는 경쟁심리라고 말하는 게 옳다.


김정운의 상대역은 오형민이라는 방송국피디다. 처음에는 뭐 저런 마초맨이 다 있다 싶지만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로 점점 바뀌는 그녀. 물론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 또하나의 캐릭터가 있지만 곁들이로 만족해야 한다.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한 여성이 아이돌 그룹을 추종하면서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이야기를 주요 얼개로 삼고 있다. 작가의 전작을 이미 읽은 바 있는데 그 작품보다 훨씬 쫀쫀하고 세련된 문체가 눈을 잡아 끈다. 그리고 매우 쉽게 읽히는 청춘 심리소설이라고 느껴진다. 일정상 잠시 덮어두었다가도 뒷부분이 궁금해 부리나케 읽었던 마지막을 찾게 되는 그런 책이다. 


불안한 과도기, 그녀의 마음은 갈팡질팡하지만 한때 광팬으로 살았던 모든이들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지 않았나. 나도 한때는 그를 참 좋아했었는데... 그럼 지금은 누굴 좋아하는 걸까 , 아니 누굴 좋아할 마음이 남아 있기는 하는 걸까


가장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다. 김정운이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 오형민, 그 남자 앞에서 고백을 하려고 하다 그 마음이 자기 마음 같지 않음을 알고는 속으로 되내인다.

“나는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방향치인지, 때로는 내가 내마음을 찾아가는 도중에도 길을 잃곤 한다. 그리고 매번 그런 길목에 잘못된 표지판을 걸어 놓는 것은 나의 알량한 자좀심이었다.” p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