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된장 - 사랑의 기다림으로 담근 비법(강추)

효준선생 2010. 10. 24. 02:07

 

 

 

집에서 된장찌개를 끓일때 그 맛이 한결 같지 않다. 집에서 만든 된장임에도 그 맛이 늘 같지 않기에 버릴 수 없고 그때마다 그냥 먹자며 한 술씩 뜨곤 한다.


영화 된장은 조금 독특한 구성을 안고 있다. 희대의 살인마가 도주행각속에서 어느 산장을 들렀다가 마침 그 집 주인이 끓여놓은 된장찌개 맛에 홀려 경찰이 잡으러 왔다는 사실마저 까맣게 잊어먹었다라는 다소 황당한 사건에서 시작한다.

이에 방송국 최유진 피디(류승룡 분)는 건수가 될 듯 싶어 된장과 관련된 정보를 캐러 다니다가 그 오묘한 된장을 직접 만든 여자(이요원 분)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여자가 만든 된장의 비밀이 바로 그 여자의 슬픈 러브 스토리에서 기인했다는 것으로 앞쪽으로 진행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마치 회오리를 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먹는 것과 관련된 소재인 만큼 영화 식객을 떠올릴 법한데 하지만 식객은 바로 그 “먹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그 먹는 것이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 그리고 그게 전적으로 한 여인의 일종의 한에서 만들어졌다고 밝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따지고 보면 된장만큼 한국적인 것이 있을까 고춧가루를 첨가해야 하는 고추장도 된장이 들어가야 하고 어쩌면 왜색 냄새가 나는 간장도 된장의 국물에 조미를 한 것이라고 보면 분명 장류중의 으뜸인 셈이다.


또 몇 년 전부터 경제적 능력이 안됨에도 남들이 다들 서양에서 들여온 브랜드 커피를 마시는 것을 보고 자기도 즐기지도 않는 브랜드 커피 컵을 들고 희희낙락하거나 소위 “재는” 여인들을 비하해 된장녀라고 낙인을 찍은 일도 있다. 이렇게 된장은 한국 고유의 전통이라는 말과 심지어 욕(이런 젠장에서 파생된 기타 등등의, 심지어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라는 의미의 별명도 회자된 적이 있다)에 가까운 의미까지 지닌 그 쓰임새의 스펙트럼이 한 없이 넓은 오브제다.


콩을 삭혀 그걸 대충 짓이겨 항아리에 넣고 기다리면 될 것 같은 된장 제조에 마치 장인의 손길이 닿아야 할 것처럼 묘사되는 영화속 모습은 그야말로 명품된장에 대한 오마주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분명 그 명품된장의 탄생속에서는 그리운 님을 기다리다 지쳐 흘린 눈물이 화룡점정의 맛이 되고 또 간이 되는 슬픔을 간직하게 되었으니 마치 현대판 전설의 고향이라고나 해야겠다.


영화 말미에 된장에 들어간 재료들을 다시 소개한다. 100% 순도의 천일염 소금, 흙돼지가 키운 콩, 귀뚜라미의 공명, 옻샘물, 매화 누룩등이 들어갔다고 하며 거기에 한 여자의 지고지순한 정성이 담겼다고 하니, 무릇 좋은 음식이란 이렇게 좋은 재료에 노력과 정성이 깃들여야 한다. 요즘처럼 마트에서 사다 먹는 인스턴트 장류의 맛은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전국을 쏘다니며 멋진 장면만 모두 모은 듯한 풍광에 있다. 매화 꽃잎이 흩날리고 푸른 콩밭이 끝없이 펼쳐진 장관은 잠시 눈을 편하게 해준다. 아름답구나하는 감탄사와 함께.


영화 보는 내내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게 만든 영화, 그러고 보니 비를 맞는 바람에 작은 항아리에서 숙성되어가던 된장에 구더기가 생긴 아까운 이야기는 우리집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