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 100일동안 남미를 둘러보다

효준선생 2010. 6. 18. 02:08

 

 

 

 

 

 

세상 끝 남미로의 100일 로드무비 라는 작은 부제가 달린 책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는 저자 박지훈이 중남미의 6개국 12개 도시를 다니며 쓴 기행문이다.

수많은 기행문들은 첫 방문의 설레임 때문인지 매우 들떠 있거나 혹은 “~라고 하더라” 체의 불편한 어투 때문에 설익은 밥을 대하는 느낌이었지만 이 책은 100일 가지고는 도저히 섭렵할 수 없는 수많은 남미와 관련된 지식이 옹골차게 녹아든 책으로 보였다.


그 이유는 여럿이다. 저자는 어느 목적지에 가서도 그저 눈으로 보이는 것을 서정적으로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그곳에 가기 전부터 수많은 정보를 챙겼고 그걸 확인하러 간 듯한 인상을 풍겼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명해도 건물을 지은 사람에 대해 그토록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미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그는 이 책의 일부 내용을 잡지사 칼럼에 실은 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특히나 유명인사와의 인터뷰는 심도가 있다. 물론 그 깊이에 빠지기 싫은 경우 건너 띄어도 전혀 상관없다. 몇 장만 더 넘기면 달력에서나 본 남미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그가 소개한 12개의 도시중 인상 깊었던 도시는 꾸리치바, 산티아고, 그리고 라파스다.

꾸리치바는 브라질이 만들어 놓은 꿈에서 볼 수 있는 환경공학이 살아 있는 도시, 수차례 한국의 방송에서도 다뤄진 바 있는 그곳이다. 저자 역시 예찬에 가까울 정도로 美寫해 놓았다. 한국에서도 실현 가능한 미래도시가 아닐까 싶은데...


그리고 두 번째는 이 책 제목에서도 언급된 칠레의 산티아고다. 악명높은 독재자 피노체트의 군대가 산티아고로 들어오자 라디오방송은 연신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고 방송을 했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그렇게 칠레는 오랜 독재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라파스, 남미에서도 가장 가난한 내륙국가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 칠레 이북에 바다로 통하는 영토를 빼앗긴 바다를 잃어버린 볼리비아, 그래도 여전히 바다를 수복한 날을 기다리며 해군을 유지하고 있다니... 잉카의 후예들에게 현재의 국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은 뒤로 갈 수록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그리고 글의 농도도 짙어진다. 책에 쓴 내용과 비슷한 부분을 학교때 배운 적이 있다. 남미는 스페인의 정복에 쓰러진뒤 여전히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가난한 이유는 좌파 집권 세력이 싹을 피울만 하면 치고 들어오는 미국의 절묘한 컨트롤과 군사독재의 교차 집권으로 인한 피로감, 이런 역사적 배경은 비단 남미 국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런 패턴의 역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지 않았나.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부러웠다. 무슨 용기가 있어 그렇게 돌아 다닐 수 있었을까 그에게 있어 남미란 무슨 의미이길래 말이다.


결코 100일의 여정이라고 할 수 없는, 깊이 있는 남미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책,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