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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 소외된 자들의 새로운 사랑(강추)

효준선생 2010. 10. 15. 04:06

 

 

 

여기 두 남녀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없어보인다. 한 사람은 耳順은  되어 보이는 남자, 다른 한 명은 不惑에서 조금 더 들어보이는 여자.

두 사람의 이야기는 따로따로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나가 되어 마치 꽈배기처럼 달콤한 설탕가루를 입혀가며, 오텀리브즈처럼 갈색을 덧입혀 간다.


영화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제목에 영화의 흐름과 결말이 다 드러나 있다. 이런 노골적인 제시에도 불구하고 그 속내는 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다. 마치 다 늙은 노인이 늦바람이라도 든 것일까 하는 백안시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서로 사랑하는데 나이차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둘 사이에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뤄졌나가 중요한 것이니까.


런던에서 광고음악을 하는 하비, 원래는 작곡같은 상당히 창의적인 일을 해왔지만 기계문명의 발달로 컴퓨터 키 몇 개만 조작하면 웬만하 배경음악은 알아서 나오는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는 성년이 된 딸이 있고 그녀가 런던에서 결혼을 한다는 전갈이 와서 이참 저참 런던행을 결심한다.


케이트, 그녀는 좀 애매한 입장이다. 친구따라 나간 모임에서도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에 수시로 전화를 해대는 엄마 때문에 청춘사업은 난항중이다. 그럼에도 공항에서 설문조사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문학강의도 들으며 다니는 자신을 위한 삶에 충실하고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무엇이 가장 눈에 띌까 우선 소외당한 자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시류에 조금 늦은 것 뿐이고,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 탓 일뿐이다. 그리고 반려자에 대한 허전함을 제대로 느끼는 것 같았다.


오래전 이혼경력이 있는 하비, 런던에서 그를 맞이하는 것은 딸과 사위를 비롯한 가족이 아닌 썰렁한 호텔방뿐이다. 케이트, 그녀도 오래전 임신을 했었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혼생활을 대신하며 뭔가를 메꾸지 못하며 살고 있다.


이 영화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을 그리는 부분부터 보여주는 폭이 확장된다. 그런데 그 만남이 아주 우연은 아니었다. 남자의 넉살은 애초 무관심해 보이는 여자의 웃음을 유발했고 나중엔 그런 그가 싫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사랑은 우연을 가장한 노력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둘을 이어주는 끈은 남자에 의해 주도 되며 결정적인 순간엔 여자가 남자에게 강권을 하기도 한다. 이 둘은 과연 인연일까. 가진 모든 것에 해당하는 삶의 터전을 버릴만큼?


이들의 만남은 아름답지만 이야기는 판타지스럽다. 설사 하비의 마지막 사랑이 이렇게 이뤄진다고 해도 여자에게는 또다른 상처가 남들보다 빨리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여 자신의 욕구를 만족하는 사랑은 오래가지도 않고 생각해보면 구차하기도 하다.

그가 있기에 난 사랑하고 있다는 말처럼 안이한 말도 없어 보인다. 이 둘이 그나마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은 능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전처에게 이미 남편이 있음에도 딸의 친부로서 마이크를 잡는 그의 용기, 가상해보이면서도 서글퍼 보였다. 그게 그가 꿈꾸는 인생은 아닐텐데,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가 아닌 새로운 로맨스였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 가을, 중년 남녀의 사랑이 젊은 청춘에게 하나의 지침이 되면 좋겠다는 자투리 생각도 추가로 해본다.  

 

 

엠마 톰슨과 더스틴 호프만..키 차이가 꽤난다. 마지막 장면을 유심히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