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돈 조반니 - 사랑없는 예술은 안할란다(강추)

효준선생 2010. 10. 6. 01:10

 

 

 

 

 

 

아둑해진 가을 밤 하늘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마음이 부자가 된 듯 했다. 멋진 오페라 하우스를 다녀온 것은 아니지만 그 오페라가 제작되는 과정을 훑어보고 나온 듯 해서 그랬던 모양이다. 비록 스크린을 통해 본 오페라 돈 조반니의 극히 일부분이었지만 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영상이라는 무기가 빛을 발하는 근접 촬영은 오페라 배우의 목젖까지 보여준 그야말로 생생한 화면발이었다.


영화 돈조반니는 아무리 오페라 문외한이라도 한 두 번은 들어 본 적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통해 그것이 바로 모차르트가 작곡을 했다는 것, 그리고 가사를 덧입힌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로렌조 다 폰테였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때는 18세기 중엽, 이탈리아의 베니스 로렌조는 修士였음에도 나름대로 인정받는 글쟁이로 살아간다. 잘 생긴 외모의 그에게는 수없이 달라붙는 여색의 유혹이 있었고 그는 그걸 거부하지 않았다. 방탕한 기질을 보였던 그는 결국 그곳에서 추방당해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겨가 그곳에서 천재였지만 이단아라는 평을 받던 모차르트와 조우한다.


가난과 지병에 시달리던 모차르트는 기존에 있었던 돈 조반니를 새롭게 만들어 보자는 로렌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내 둘은 의기투합, 새로운 곡의 돈 조반니를 완성시키기 위해 애를 쓴다.


영화 돈 조반니는 비록 오페라의 제작과정을 담고 있지만 그 밑에는 나름 이유있는 사랑이야기가 실려있다. 베니스에서 만난 아네타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느끼고 구애하기 위해 원래있던 돈 조반니의 이야기 마저 바꾸려고 하는 로젠조의 시도가 그것이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예술 작품 마저도 바꾸어야 할 절박한 사연은 실제 있었던 사실에 기인하고 그걸 미리 안다면 이 영화는 더욱 흥미롭다. 흔히 유럽에는 3대 바람둥이가 있었다고 말한다. 카사노바, 돈주앙, 로렌조가 그들이다. 로렌조로 하여금 오페라 돈주앙(이탈리아어로 돈 조반니, 영어로는 돈환)을 만들게 한 사람이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였다. 로렌조는 자신을 바람둥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믿지 않았던 아네타에게 마음을 표시하게 위해 오페라의 마지막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돈 조반니가 개과천선하는 것으로 바꿔 친 것이다. 리허설이 끝나고 공연 장면, 이 사실을 안 카사노바의 마뜩치 않은 표정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공연은 성공리에 끝났지만 당대에는 저급한 오페라로 치부된 모양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로 꼽히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렌조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을 얻었고, 그러고 보니 결국 사랑이 없는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 법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로렌조의 사랑 믿어도 되는 것이었을까


이 영화는 실존인물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줄거리와 오페라를 듣는 즐거움도 선사하지만 그 외에도 마치 화폭을 들여다 보는 듯한 화려한 의상과 실사인지 그림인지 분간할 수 없는 배경등 미술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눈도 귀도, 그리고 사랑을 얻는 방법도 얻을 수 있는 이 영화, 가을에 보기엔 딱인 듯 싶다. 영화 끝나고 나올때 스산한 가을 바람이 코트깃을 스치고 지나가면 머릿속으로 돈조반~니 라는 우렁찬 오페라 배우들의 가락이 들려올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