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땡큐, 마스터킴 - 서양의 鼓手, 한국의 高手를 찾다

효준선생 2010. 10. 1. 01:02

 

 

 

 

 

 

 

 

인생에 있어 바로 이거다 하는 섬광 같은 느낌이 올 때가 있다. 호주의 드러머 사이먼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머나먼 이국땅의 어느 예인의 연주를 듣고는 잊을 수 없는 감명을 받는다. 오로지 그 연주를 했던 사람을 찾아 낯선 땅에 와서 그와의 만남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영화 땡큐 마스터킴은 바로 이 사이먼이 한국의 무형문화재 김석출 선생을 찾아 한국에 와서 그를 비롯한 여러 예인을 만나 한국의 예술인의 모습과 그에게 있어 연주란 어떤 의미인지를 진지하고 세밀하게 탐구해나가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낯선 땅의 음악에 빠져 훌쩍 떠난 여행길, 그가 아무리 드러머의 천재라고 해도 그가 만나고 듣고 보는 사람들에게 그는 생경한 초보자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이먼에게 해주는 말들도 상당히 편벽한 것들이라 이해불가의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 사이에 적절하게 조율을 해준 이는 한국의 김동원이라는 가이드다. 그 역시 사부라는 소리를 듣는 음악인이지만 사이먼과 함께 이 땅의 예술과 예술인을 사이먼에게 소개해준, 그리고 이 영화의 절반이상을 담당한 멋진 캐릭터였다.


영화에서 사이먼은 대 여섯명의 예술인을 만나 그들과 소통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신에 겨워, 흥에 겨워 한바탕 진을 빼고 난 그들 앞의 사이먼은 그야말로 경외의 눈빛 그것이었다. 학생의 모습으로 돌아와 무척이나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김석출 선생과의 조우는 기약없이 흘렀다. 다른 예술인들도 모두 훌륭하지만 그들을 만날 수록 어쩌면 김석출 선생과 만나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었다. 하지만 멀리서 찾아온 벽안의 손님은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룬다.


영화는 전형적인 음악 타큐멘터리지만 김동원과 사이먼 사이에 주고 받는 이야기속에서 꽤나 많은 인생의 지침을 전달해주려고 애를 썼다. 사이먼은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은 연주의 기법을 배우려고 했는데 한국의 예술인들은 악기를 다루는 법을 말하더라고. 무슨 차이가 있을까 잠깐 잠깐 실루엣처럼 보여주는 사이먼의 타법은 어깨부터 손가락 만으로 드럼을 친다. 하지만 김석출 선생을 비롯한 한국의 예술인들은 온몸을 내 맡기듯 질러댄다. 그게 악기이든 목소리든, 그걸 깨달은 사이먼의 타법도 뒤로 갈수록 힘이 실린다. 마치 자신의 기본기에 아주 중요한 혼이라는 것을 담아내는 방법을 알았던 것처럼.


살면서 멋진 스승을 만나는 것은 정말 부럽고 어려운 일이다. 비록 하늘의 부름을 받고 타계한 김석출 선생과는 한식경도 못되는 짧은 만남으로 끝을 맺지만 사이먼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무기를 얻은 셈이다.


부러웠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몰두하는 사이먼과 또 한국의 예술인들, 그들처럼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이런 좋은 컨텐츠의 제작을 한국이 아닌 일본자본에 의해 꾸려졌다는 것이. 9월 기획 프로그램으로 상영한 영화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곁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