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떠나고 만나고 이야기하라

효준선생 2010. 10. 2. 02:08

 

 

 

 

 

 

 

10여년전 관광가이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관광학 개론을 수강한 적이 있다. 그때 그책의 가장 첫머리에는 관광의 정의에 대해 몇가지 언급이 실려있었다. 그런건 시험에 나올리도 없지만 그래도 관광을 학문으로 받아들이려는 초보자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인 문구들이었다.


그중에 기억나는 것이 “관광은 복잡한 현실에서 탈피 낯선 곳에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 가는 행위”라고 했던 말이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저 가족이나 친구들과 먹을 것 싸들고 유명 관광지에 가서 지칠도록 놀다오는 것을 관광이라고 생각했던 그 전의 인식과는 사뭇 다른 말이었다.


가이드로 중국에도 다녀오면서 그때의 그 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느낌을 새롭게 했다. 소위 패키지여행이라는, 우루루 몰려갔다 사진찍고 정해진 코스안에서 몰려다니다 막상 다녀오고 나서는 어디에 갔다 왔는지 기억도 하지 못하는 그런 관광이 진정한 관광일까.

중국이란 매력적인 관광목적지에서 오래 살았던 편이면서도 나의 행적이 거의 북경에서 이탈하지 않았던 것도 한 곳만이라도 오래 머물러 그곳을 몸소 느껴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다. 어디가 나빠서가 아니었다. 계림에 가서도, 운남 대리와 여강에 가서도 이곳에서 최소 한달만 푹 잠겨 있다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 바로 이런게 처음 접했던 관광학 개론에서 말했던 정의안의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그야말로 관광이란 무엇인가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비록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탈리아, 인도,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의 풍광이 아름다웠지만 그것보다 부러웠던 것은 각각 몇 개월씩 장기로 머물면서 그곳 사람들과 동화하고 그들의 문화를 만끽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충분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는 여주인공 리즈였다.


영화의 시작, 리즈는 여느 가정주부와는 다른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건 자신과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생활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과감하게 이탈을 결심했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해외여행길에 오른다. 그 이후 그녀의 행적은 그야말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사나, 나의 행복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를 고민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여행을 하면서 먹는 것들도 많이 나오고 인도와 발리에서는 명상과 기도의 장면도 많이 나오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사랑을 위한 갈구가 아닐까 싶었다. 다시 말해서 이탈리아와 인도에서의 그녀의 모습은 발리에서의 사랑을 꾸며주는 일종의 데코레이션이라고 보였다.


그럼에도 그 두 곳을 배제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물론 맛있는 파스타와 피자도 좋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도대체 사랑은 뭐길래 라는 질문과 대답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리즈의 행운이기도 했다. 그 흔한 사건 사고 하나 없이, 정말 평온해 보이는 그녀의 여행, 마냥 부럽지만은 않았다. 그건 일상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처럼 돌아다니고 그녀처럼 옷을 차려입으려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갈지 뻔히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시간 넘는 시간을 올곳이 스크린을 들여다 보고 있었던 것은 이 영화 충분히 대리만족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리즈는 전남편과의 에피소드를 반추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영화가 끝날 때 쯤이면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 재회를 하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의외였다.

남자는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을 요구한다. 그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사랑으로 자신이 여행기간동안 중히 여겼던 심적 평형이 깨질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 약간의 갈등후 결국 그렇게 그 사랑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부분에서 그녀의 여행은 무엇인가 소득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몇 년후 또다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배를 타고 떠나는 리즈 커플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그녀의 이번 여행이 그녀 인생, 정확하게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그녀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관광도 의외의 사건이 일어나야 추억이 되듯이 인생도 그렇게 평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장면은 이탈리아의 피자집에서 리즈는 그곳에서 만난 여자가 살이 찔까봐 피자를 안 먹는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 “누구에게 보여줄 ‘복부인격’이지? 우리가 옷을 벗으면 남자는 횡재하는 거지, 먹고 살찌면 한 칫수 큰 청바지를 사입으면 돼” 이런 말을 하고는 그녀는 옷가게 가서 숨조차 쉬지 못할 작은 칫수의 바지를 억지로 입으며 발버둥을 친다.

이 영화, 리즈는 갑갑했던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 하고픈 일을 해보지만 결국 그건 작은 칫수의 바지를 억지로 입으려는 것처럼 일종의 심리적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걸 식욕과 정신수양등으로 멋지게 포장한 영화속에서 감추어 둔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