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살인의 강 - 여럿이 공유한 좋지 못한 기억들

효준선생 2010. 9. 29. 02:08

 

 

이 영화에서 가장 탐이 났던 저 여학생이 들고 있던 휴대용 턴테이블, 어디가면 살 수 있을까

 

 

 

 

 

영화 살인의 강에는 모두 5번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5번의 피살사건의 살해범(정확하게는 살해 용의자)은 모두 다르다. 살인이 난무하지만 당위성과 설득력은 상당히 느슨하다. 왜그랬을까 그건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마치 별개의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같아서, 혹은 서로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느껴진다.


죽은 사람 중 3명은 한 가족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남매의 죽음에 대해 그렇게 큰 연민이나 사건으로 자신이 얼마나 불행을 겪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메마르다. 시작부터 그래왔다. 1983년 전두환이 집권하는 5공시절, 시골 아이들마저 오공본드에 정신을 놓고 사는 세상, 그즈음 전라북도 삼덕에서 여중생이 오밤중에 강간 살해당한다.

범인은 이 여학생과 친분이 있는 동급생의 형으로 밝혀지고 그렇게 무던하게 시간은 흐른다. 여학생을 흠모하던 두 명의 남자애들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나레이터로 활약을 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흘렀음에도 여학생의 죽음에 강력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고 있다. 어쩌면 서로를 범인으로 의심하는지도 모르겠다. 진범이라고 하는 자는 이미 수감중임에도 이 둘이 주고 받는 언사들은 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쪽으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 이때부터 갈피를 잃는다. 갑작히 등장한 누나, 그녀는 양공주고 경기도 동두천에서 끔찍한 변사체로 발견된다. 물론 범인은 양키자식이다. 한동안 숨죽이고 있던 그녀의 동생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복수를 하지만 작위적이다.


그러다가 다시 여학생 사건에 몰두하는 남자,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다. 영화가 이렇게 된 데는 살인사건을 굳이 한국 현대사에 있었던 이야기를 끌어들어 강제로 삽입하려고 했기때문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윤금이 사건들이다.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에 두 개의 사건이 억지춘양격으로 하나의 영화속에 짬뽕이 되어버렸고 이를 해설하는 배우에게도 큰 짐이 지워진 듯 보였다.


거기에 진행방식과 카메라의 움직임도 너무나 느려 범인은 과연 누구라는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자꾸 맴맴도는 설정에 관객은 지쳐버리고 말았다. 마지막에서 너의 탓이라는 이야기를 던져 주지만 이 영화 어찌 보면 열린 결론을 내려버리고 말았다. 오죽하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던 형의 죽음에도 의문부호를 달아야 했고 가장 확실한 가해자는 주인공의 등에다 총을 박아버린 공권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흐릿한 결말로 사회 부조리를 꼬집고자 했는지 모르겠지만 시원한 결말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몹쓸 짓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