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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무적자 - 탈북형제들의 남한 부적응기

효준선생 2010. 9. 18. 01:19

 

 

 

 

 

 

 

영화 무적자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말, 홍콩 느와르 영화의 대명사나 다름 없었던 영웅본색의 리메이크, 그런데 그게 좀 이상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그랬는지 아니면 원작과 다른 구색을 갖추어 원작의 맛을 살리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싱겁다.


홍콩에서도 그랬지만 느와르 영화란 현실적이지 않음을 전제로 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총을 난사하고 수십발의 총알을 맞고도 벌떡 일어나 뛰어 다닐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1세기가 10년이나 지난 지금 그런 설정에 고개를 끄덕일 만큼 순진하지는 않은 관객들 앞에서라면 무리가 있다.


첩보 액션물에는 당연히 총도 잘 쏘고 무술도 뛰어난 주인공이 등장해야 하지만 국정원 특수요원이나 경찰 출신이 아니고서는 그런 인물이 얼마나 되겠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주인공들이 필요했고 최근 한국영화에서 흔해빠진 위의 설정을 빼고나니 이젠 탈북자정도밖에 없는 듯 했던 모양이다. 거기에 당연히 특수 공작원 출신이라는 사족이 붙어야 하고, “북한 청년들이 밥먹고 군사훈련만 해서 총을 잘쏘는 모양이다.” 라고 착각할 정도로 그들의 총질은 대단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볼거리는 막판 부두 하역장에서의 총싸움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액션물을 표방하는 것 같은데도 액션도 별로 없고 우정과 의리가 존재한다지만 너무나 뻔한 전개에 주요인물들이 과연 제 역할을 해냈냐고 묻는다면 거기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탈북자 출신의 형제, 물론 동네 동생뻘 되는 애도 하나 끼고 이렇게 셋은 남다른 우애를 과시하지만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정태민은 부산출신으로 보인다. 이렇게 북한과 남한 출신이 패를 갈라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하고 결국엔 비극으로 종말을 맞는다. 정태민은 당연히 악역이고 탈북자 출신의 세 명은 상대적으로 박수를 쳐주고픈 “우리의 주인공들”이다.


힘들게 북한을 탈출했으면서도 무기밀매를 하고 붙잡힌 의형을 위해 혈혈단신으로 적진으로 뛰어 들다 다리에 총을 맞고 불구가 되고 처음에는 혼자 탈북한 형을 미워하다 탈북해 한국에서는 경찰이 되는 동생. 처음 구상한 사람은 신나라 했겠지만 화면을 통해서 본 이런 설정은 상당히 공감하기 어려웠다.


우선, 그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뻔하고 정태민이 배신할 거라는 것도 너무 초반부터 알려주는 우를 범했다. 각종 모사와 술수가 뺨을 치며 “니가 그럴 수 있냐”고 해도 모자를 판에 너무 정공법을 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보는 내내 영웅본색때의 배우들과 매치를 해보았다. 적룡, 주윤발, 장국영, 그리고 악역으로 나왔던 이자웅, 닮았는지 그렇지 않은 지는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엉성한 플롯과 느슨한 이야기 전개와 어울리지 않는 다급한 컷, 풍성하지 못한 스토리텔링은 보는 관객을 상당히 지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오우삼이 이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2010년과 이런 류의 영화는 잘 안 맞는 듯 싶었다. 영웅본색은 1편보다 2편이 더욱 멋있었는데, 그렇다고 무적자2를 기대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이야기를 힘겹게 끌고나간 네 명을 누구로 대체할 수도 없게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