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노르웨이의 숲 - 삽질은 공사장 십장출신에게

효준선생 2010. 9. 17. 01:34

 

 

 

 

 

찐빵과 호빵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간은 왜 자꾸 눈물을 흘리는 걸까, 인생은 코를 파면 팔수록 코딱지가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무슨 선문답인지 모르겠다. 영화 노르웨이의 숲의 마지막 장면, 간신히 살아남은 세 명은 각자의 물음에 답도 하지 않고 이런 혼잣말을 한다. 아리송하다. 애매모호하다. 그리고 궁금하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 했는지.


지난달 본 악마를 보았다를 우리는 잔인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독한 영화라고, 단순히 사람을 죽였다고 그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 사체를 도륙하고 절단하고 유기했기에 더더욱 공분을 했던 것이다. 잔인하다기 보다 끔찍했기에...


그런데 그것보다 더 엽기적인 장면이 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것도 벌건 대낮에 자신이 죽인 사람의 몸에서 간을 끄집어 내는 장면, 그리고 그걸 병에 담고 집으로 돌아가 믹서기로 간다. 그 다음 장면은 삭제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마도 이미 간 질환으로 죽은 어미의 사체에 그걸 먹이지는 않았을까 싶은데...엽기적이지 않나.


물론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 자의 소행이라면 덜 분노할 것 같다. 그는 등산복 차림이고 낫을 들었다. 보이는 족족 죽인다. 그리고 간을 빼낸다. 말투로 보면 미친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왜 미쳤는지 말이 없다. 그냥 죽인다. 악마는 이곳에도 있었다.


동기를 잘 이해할 수 없는 살인과 장기훼손의 결말로 수렴하기 위해 이 영화의 시작은 사체 매장을 선택했다. 두 남자 땅을 파다가 시체를 분실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이른다. 시체에 발이 달려 도망을 간 건 아닌지, 그게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각종 일탈 행위로 맛이 간 세 명의 남녀 고딩들,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을 받을 테고, 유부남과 바람난 여자, 산속에 모인 사람들은 한결같이 세상에 있으나 마나 한 군상들이다.


그들을 벌하거나 사(赦)하는 감독의 마음이 참으로 궁금하다. 중간 중간 땅파는 남자(정경호 분)의 시덥지 않은 농담이 횡행하지만 마음은 점점 불편해지고 시각적으로 거슬리게 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게 된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악덕은 왜 그렇게 여자들을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산속에 온 여자는 그렇고 그런 여자라고 마구 대들어도 되는 건가. 애어른 가리지 않고...역시 불편하다. 


저예산 영화라고 다 엉성한 것도 아니고 감동을 주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해불가한 결말에 시종일관 무기급 연장들에 의해 피칠갑을 하는 장면만 눈앞에 어른 거리니 이런 고역도 없다.


노르웨이 시리즈를 계속 찍을 거라고 하는데, 다음에는 엉뚱한데서 삽질하지 말고 제대로 좀 팠으면 좋겠다.  


참고로 찐빵을 호빵처럼 만들어 파는 분식점은 없고 삼립식품은 호빵을 찐빵처럼 만들어 팔지는 않는다. 그 이유? 먹어보면 안다. 식감과 보존의 이유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