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옥희의 영화 - 느물거리기로는 대한민국 최고

효준선생 2010. 9. 15. 02:26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기다려 지기도 하지만 더러는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 토를 달 수 있을 만도 하다. 하하하를 본 지 몇 개월 된 것 같지도 않은데 벌서 그 다음 영화가 나왔다고 한다. 아니 하하하 직전에도 첩첩산중이라는 옴니버스 영화도 있었으니 빈번한 그의 영화는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물론 그의 영화는 꽤나 불친절하다. 별다른 전후 배경도 주지 않고 카메라를 배우들 코앞에 던져 주고는 하고픈 말 있으면 해봐라는 식이다.


이번 영화 옥희의 영화의 컨셉은 극소수의 스탭과 찍은 영화임을 내세우고 있다. 달랑 5명, 진짜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 엔딩타이틀을 끝까지 보게 만들게 했다. 그의 영화속 배우는 본래의 이름값,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좀 다르게 망가진 채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하는 배우들도 그걸 즐기는 듯한 분위기다. 연기가 아닌 실제 같다는 느낌이 든다. 컷 소리가 나면 바로 깔깔거리고 웃을 것 같은... 생짜의 날것의 연기. 주인공을 제외하면 다른 배우들도 대부분 날 것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스탭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영화 옥희의 영화의 제작 배경이자 어쩌면 그 자체가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모두 4편의 이야기가 서로 관련없이 아니 잘 따지고 들어가면 관련이 있게 구성되어졌다. 배우들도 연달아 나오고 직업도 고수한다. 그런데도 좀 다르다. 아마 시대와 남자 주인공인 진구(이선균 분)의 역할 때문에 그런 느낌을 준다.


진구는 흔히 볼 수 있는 청년이자 영상을 하는 선생이다. 타인과 다르다면 좀더 솔직하고 표현을 함에 조금 더 과감하다. 그걸 속물근성이라고 하긴 뭣하다. 그냥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고 그저 내뱉을 뿐이다. 남들이 그런 그를 싫어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그렇게 살아가는 옆집 아저씨다.


시간을 되돌려 진구가 대학생 시절의 이야기다. 같은 과 친구인 옥희에게 푹 빠졌다. 구애를 하고 반 강제로 키스도 한다. 키스를 잘한다고 옥희가 칭찬(?)을 하지만 진구는 “네가 처음이다”라며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 옥희는 그가 착하다고, 진구는 그런 옥희를 똑똑하다며 서로를 좋아라 한다.


눈이 많이 내린 날 송교수는 수업에 들어올 아이들을 기다린다. 그러나 늦게라도 출석한 아이들은 진구와 옥희뿐, 술을 마신다. 송교수는 술에 취해 눈에 소복히 내린 길바닥에 뭔가를 뱉어 놓는다. 통째로 된 산낙지다. 여태 살아있다. 송교수는 그제서야 속시원하다고 한다.


역시 눈이 내린지 얼마 안된 겨울, 눈 덮힌 아차산에 오른다. 옥희는 송교수와 한 번, 그리고 다시 진구와 한 번 산에 오른다.


영화의 나레이션은 이선균이 두 번, 문성근이 한 번, 그리고 정유미가 한 번 맡았다. 그들의 나레이션은 건조하다. 꼭 남의 말 하듯 한다. 그렇다. 그들은 남들도 그렇게 살지 않나라며 퉁명스런 소통을 하는 것 같다. 니들은 뭐 잘났게...


거친 영화다. 치장도 없다. 홍 감독 영화 특유의 제 멋대로 줌 당기기는 여전하다. 아마도 작년 겨울 눈이 내렸을때 몰아서 찍은 모양이다.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훔쳐보는 듯한 관음증을 유발하는 영화,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는 여전했다. 근데 화면에 더 많이 등장하는 진구를 따서진구의 영화가 아닌 옥희의 영화라고 했을까. 옥희란 게 잘못되서 중단시키는 컷의 반대말 오케이에서 나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