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퀴즈왕 - 마지막 문제를 맞춘자, 세상을 다 가져라

효준선생 2010. 9. 11. 04:44

 

 

# 왜 장진의 코미디인가

작년 이맘때 상당한 파괴력을 가진 영화 한편이 부산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여졌다. 이름하여 굿모닝 프레지던트, “대단히 정치적이다”라는 오해의 소지가 없지 않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속 3명의 대통령을 실제 인물과 치환하려는 번거로운 작업은 일찌감치 그만두었다.

그 만큼 이 영화는 가공적이었다. 천하의 얼짱 장동건이 바로 대통령으로 등장한다는 설정은 아마 어쩌면, 장진 감독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때 이 영화를 보면서 인물과 스토리도 그랬지만 대통령이 산다는 곳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 마다않는 민초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었기에 냉큼 달려가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일년이 지난 뒤 코미디계에 거성 박명수가 있다면 코미디 영화계의 거성 장진은 또 한편의 새로운 영화를 바로 추석 특집으로 내놓았다. 가을이면 볼 수 있는 그의 작품들...


이름하여 퀴즈왕, 퀴즈만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주로 방송사나 외주업체들) 저렴한 제작 단가에 그만큼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프로그램도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주 오래된 장학퀴즈에서부터 퀴즈아카데미, 퀴즈가 좋다, 1대100, 그리고 골든벨까지, 유명세를 탄 퀴즈 프로그램들을 열거하다 보니, 대한민국 국민으로 퀴즈 프로그램에 한번 안나가본 사람이 없을 듯 싶다. 나 역시 기억도 안나지만 누가누가 잘하나라는 초딩 대상 프로그램에 나가기 위해 조퇴를 한 적이 있었을 정도다.


퀴즈에 기를 쓰고 나가려는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은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등 한번 해서 두둑한 상금도 타고 추억도 쌓고 남들앞에서 지식도 뽐내보려는 심보. 그러나 누구가 나갈 수 있다고 아무나 일등을 할 수는 없다. 오죽하면 골든벨 직전에서 탈락해 엉엉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으로 못할 짓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 이들은 왜 이곳에 모여있고 무슨 일로 고딩이 손가락질을 하는 걸까

 

▲ 예고편의 대세, 임원희...그가 퀴즈쇼의 우승자인줄로 알았다

 

▲ 애드립의 제왕 김수로와 이번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 류승룡

 

▲ 염색을 하고 폭주족으로 나온 넌 누구냐? 첨엔 몰라봤다 ㅋㅋ

 

 

# 영화 퀴즈왕을 해체하다

영화 퀴즈왕은 각각의 사연을 가진 군상들의 퀴즈쇼를 주제로 하지만 그보다 각광을 받는 입소문전략은 바로 배우들의 면면들이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게 한 화면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많은 배우들 개런티 주려면 제작사 등골좀 휘겠다라는... 그리고 배역들이 한마디씩만 해도 120분은 후닥 지나가겠다는...


이 영화는 배역을 제외하면 특이한 배경을 또하나의 특징으로 삼을 수 있다. 바로 경찰서와 퀴즈쇼가 벌어지는 스튜디오 두 개의 공간, 영화 전반부에 몇몇 이야기 시작을 알리는 공간이 나오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이 두 곳에서 마치 카메라는 고정시켜 놓고 찍은 게 아닐까 하는 일종의 답답함 마저 느끼게 한다.


조금 잘못 보면 경찰서에 잡혀와 사건의 혐의를 추궁받던 사람들이 갑자기 퀴즈쇼에 참가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몰려갔나 싶겠지만 그 중간에 링크를 잘 보아야 한다. 바로 그들이 연루된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퀴즈쇼의 제작일선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미 문제들이 오픈이 되었고 마지막 문제를 맞춘다면 어마어마한 상금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그걸 모른척 하겠는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누구는 참가하고 누구는 응원단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이 감독으로서는 즐거운 고민이 되었을 듯 싶다.


마냥 똑똑한 사람만 단상에 선 것은 아닌 듯 싶었다. 상도(류승룡 분)처럼 맞추는 문제가 틀리는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똑똑해 보이는 아내를 대신에 출전한 것이며, 운동선수는 지식에 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확실하게 불어 넣어준 동치성(정재영 분)에 차라리 설레발 도엽(김수로 분)이 출전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 설정을 포기한 것들은 최소한 이 영화가 최후의 정답을 맞추고 그 희열과 쾌감을 관객과 공유하게 만들려는 것은 아님을 직감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최후의 우승자도 나로서는 예상치 못했기에 더더욱 혼란스러웠다.


기대했던 인물들이 순식간에 탈락하는 장면은 아쉽기만 했다. 그들이 연기력 측면에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캐릭터를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아쉬움때문이었다. 단역도 못되는 카메오급 연기를 보여준 이른바 장진사단의 명배우들이 어두운 조명과 함께 휙 사라지다니...에휴...

 

▲ 어차피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다. 누군가에게 체크당하며 살아가기

 

 

영화는 끝이 났다. 수없이 쏟아져 나온 촌철살인의 유머와 많지 않은 자신의 대사에도 불구하고 애를 써준 수많은(?) 배우들의 면면에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가족과 함께 퀴즈도 풀어보고 영화도 보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리면 이번 추석 연휴중 하루는 후닥 지나갈 것 같다.  

 

 

▲ 시사회 날짜를 보면 상당히 이른 시기에 영화 퀴즈왕을 본 것을 알 수 있다. 왼쪽은 맥스무비, 오른쪽은 무비위크.

남보다 먼저 영화 리뷰를 쓰기 위해 영화는 시사회로 대신하지만 그 대신 영화 관련 잡지는 부지런히 봐두고 있다. 

 

 

잡지를 보니 장진 감독의 차기작도 관심이 간다. 김수로도 나온다고 한다. 영화 퀴즈왕이 박스 오피스 상단에 안착하기 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