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 작은 소녀, 큰 소년을 만나다(강추)

효준선생 2010. 9. 10. 02:10

 

 

 

 

 

 

 

 

상당히 오래전 일본 경제의 특징을 4글자로 요약해서 輕小短薄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따져보면 일본 가전제조업체들은 이런 특징에 초점을 맞춰 물건을 만들어내고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도 환호를 보내며 앞다투어 구매를 하거나 그들 특유의 문화를 조명하려고 애쓴 바 있다.

그뒤 어느 지일학자는 여기에 潤을 첨가하기도 했는데 오늘 본 영화 마루밑 아리에티가 딱 이런 상황에서 제작된게 아닐까 싶었다. 월트 디즈니나 픽사의 그림과는 다른, 다소 투박하면서도 인간적이고 초등학생의 수채화 분위기가 나면서도 어린시절 익숙하게 봐온 미장센에 거부감도 없고, 거기에 주인공은 작고 가볍고 짧고 얇은 캐릭터를 보여주는 10센티 여자아이라니 그야말로 위에서 언급한 다섯가지 특징을 고루 갖춘 듯 했다.


이 영화의 상황은 믿을 수 없는 가공의, 환상의 세계다. 그럼에도 자꾸 소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 아닌가 싶었다. 소인 아리에티의 눈으로 본 세상, 그가 만난 인간의 모습이라는 게 딱 두가지다. 심장병을 앓고 있지만 특유의 고운 마음씨와 훈남 스타일의 총각, 그리고 자기 가족을 못살게 구는 가사도우미 할머니, 그러니 아리에티는 극단의 감정, 혹은 판단력으로 인간을 재단하려고 한다.


물론 할머니의 극성맞은 행동도 일견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 아리에티 가족을 잡으려고 하는지,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의 定住하지 못하는, 마치 유목민 같은 삶을 비추어 말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소인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아픈 소년은 어찌보면 엄청난 조력자일 수도 있다. 마루밑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이동하는데 하루가 넘게 걸리지만 소년은 달음박질로 금새 따라잡았다. 그렇다면 이동시에도 소년이 도와주었다면 수월했을텐데...소년과 아리에티의 만남은 매우 극적이고도 애틋하다. 그건 일반 선남선녀의 만남과 다름없다. 단지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을 준다. 그래서 애처롭기까지 하지만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그렇게 앉아 울고 있는 캔디는 아닌 듯 싶다. 빨래집게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면 강인해 보인다. 그리고 자존심도 세다. 각설탕을 거저 얻기 싫다며 소년에게 돌려주는 모습까지... 


그림이 아름다웠고 둘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는 따뜻해보였다.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기에 조금 슬펐지만, 거기에 악역으로 나오지만 그렇다고 미워만 할 수 없는 할머니의 역할까지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만화영화 마루밑 아리에티,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