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책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맞추다 -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이야기

효준선생 2010. 5. 16. 00:19

 

 

 

▲ 영화 시에서 아마추어 같지 않은 연기도 보여주신 김용택 시인

 

 

 

 

바람이 흘러가는 길목에 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아주 작고 작아서 그안에 몇 명의 학생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거나 아니면 마당 같은 학교 운동장으로 뛰어나와 신나게 뛰돕니다.

날이 맑으면 인근 산에 가서 이름 모를 나무사이에서 큰 호흡을 하고 운이 좋으면 산딸기라도 따먹을 수 있지요. 버스락거리며 뭔가 지나갑니다. 역시나 아이들처럼 작은 다람쥐인 모양입니다. 어디선가 도토리를 찾았나 봅니다. 아이들이 산딸기를 찾은 것처럼,

책을 읽다 모르는 단어라도 나오면 손을 번쩍 들고 물어봅니다. 그럼 동그란 안경을 쓰신 선생님이 알려줍니다.

도시락을 먹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신나 합니다. 별 반찬도 없이 맨밥에 집에서 먹던 반찬이 밥에 비해 형편없이 작은 면적을 차지하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친구들과 함께 나눠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한쪽에선 선생님도 도시락을 펴듭니다. 아이들은 선생님 반찬은 무엇인지 쪼르르 달려와 들여다 봅니다. 허나 이내 실망하는 눈치입니다. 계란말이에 김치를 볶은 것, 그리고 미역줄기와 고추장이 다입니다. 작은 반찬통에 담긴 미역줄기는 아이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모양입니다. 거들떠도 보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가 재잘거리면서 밥을 먹습니다.

수업이 다 끝나면 몇 되지도 않는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개중에는 집까지 걸어가기에 좀 먼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는 아버지가 일을 잠시 쉬고 경운기로 데리러 옵니다. 털털거리는 경운기가 학교 운동장에 오면 그제서야 아이는 제 아비의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떠들썩하던 학교는 이내 침묵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때가 되면 이제는 선생님이 집으로 돌아갈때입니다. 문을 잠글 필요도 없습니다. 훔쳐갈 물건도 없고 이곳까지와서 학교안에 아이들이 그려놓은 그림과 글씨를 보면 훔친다는 생각이 들리 없기 때문입니다. 불이 모두 꺼진 학교 뒤로 하루를 비추던 태양이 까무룩 산뒤로 넘어가렵니다.


그곳은 섬진강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입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그곳에서 나고 자라 아이들과 몇 십년을 함께하고 이제 교단에서 내려온 김용택 선생님입니다.


책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맞추다의 시작과 끝을 갈무리해서 나름대로 써보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학교와 아이들과 선생님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네요. 그곳의 향기는 이곳 대도시의 그것과는 다를 것 같아요. 오늘처럼 매캐한 연탄가스 냄새가 온 도시를 찍어누르는 날엔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쟁보다는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교, 일등이 되겠단 아이는 없습니다. 그냥 꼴찌나 면했으면 한다는 어느 아이의 일기처럼 언제부터인지 우리 아이들은 가치없는 입시경쟁속에 내몰리고 있네요. 그건 누가 강요해서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원해서도 아닙니다. 내 옆 친구가 하고 있으니 그냥 따라하는 것입니다. 친구가 무슨 책을 사면 나도 사야하고 친구가 무슨 학원에 가면 나도 그 학원에 가야합니다. 그렇다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도 아닙니다. 혹시라도 친구는 외국어고등학교에 가고 난 일반계 고등학교에라도 가게 되면 그때는 우리 친구사이 맞아? 가 됩니다. 그렇게 운명은 갈리는 것인가요?

초등학교때만이라도 그렇게 서둘지 않았으면 하는데 친구를 꺾고 이기는 법만 가르치는 지금은 결코 꿈조차 꿀 수 없는 학교생활을 이 책은 기술하고 있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은 정치적으로 보면 “지금의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쪽에 서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의 말이 틀린게 하나도 없다는 게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린 꿈을 꾸어봅니다. 모든 학생이 한자리에서 공부를 하고 한자리에서 한솥밥을 나눠 먹고 상급학교의 종류에 따라 친구사이가 친소해지지 않았으면 하고 말이죠.

이 책은 두 번을 봐도 됩니다. 자투리 시간이 있으면 그냥 한쪽 페이지에 실린 시 한구절만 곱씹어도 됩니다. 지하철 한정거장 거리의 시간이면 멋진 그림을 감상할 시간도 되죠.


책 말미에 적힌 것처럼 인생을 어느 정도 살고 나서 ‘나도 사랑한다. 그동안의 나의 인생을“ 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