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그랑프리 - 애마처녀 탐라를 질주하다

효준선생 2010. 9. 9. 01:28

 

 

 

 

 

▲ 이 영화는 김태희의 영화임에 틀림없다. 포스터와 스틸 자체가 윤이 날 정도다.

그녀가 이 영화의 완성도에 상당히 민감했으리라는 것은 추측으로 가능하다.

 

 

100m 출발선상에 설때의 떨림은 극도의 긴장감을 수반한다. 땅하는 신호와 함께 첫발을 내 딛어야 한다는 생각이 온통 머릿속을 지배할때면 이러다 쓰러지지나 않을까 싶었다.


영화 그랑프리는 경주마와 기수를 소재를 한 영화다. 첫장면과 마지막 몇장면에서 경주마들의 출발 장면이 선보인다. 내가 말이 아니고 주자인 단거리 달리기 시합임에도 그리 떨리는데 생명체와 일심동체가 되어 달려야 한다니 그것도 사람 키높이나 되는 공중에 앉아서, 무서운 일이다.


주희(김태희 분)은 경주마의 기수로 시합도중 사고로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말을 안락사 시키고 그의 유해를 가지고 제주도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말 농장의 외아들이자 그 역시 기수인 우석을 만나 다시 기수로 도전하는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다.


영화 그랑프리는 작년 이맘때 선보인 국가대표와 비교할 수 있는 스포츠 드라마의 주제를 담고 있다. 말이 등장하지만 그보다는 주희와 우석의 로맨스에 보다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지 싶었다. 그게 조금 오버해버리면 여타 사랑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할 약점도 내포한다는 말이 된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기승전결의 구조에서 조금 이탈된 것으로 보인다. 초반과 중반의 내용에 주희와 우석의 언밸런스한 만남이 있고 중간 중간 제주도의 풍광이 보여지는 것으로 밋밋하게 진행되다가 급작스레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렵게 진행방향을 틀어놓았기 때문이다. 말을 타고 비행기를 따라 잡는 다든지, 일본에 간 우석이 한국에서의 그랑프리 대회에 나타났다든지 하는 장면이 그저 눈요기에 불과할뿐이지 전제적인 흐름에 역행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오버스러운 장면이 아닌가 싶었다. 말을 타고 공항가는 장면은 이미 작년에 개봉된 청담보살에서 나온바 있다.


이 영화가 로맨스물이 아닌 본격적인 스포츠물이라고 부르기엔 좀 민망한 부분이 많다. 우석의 모친과 제주에서 말을 사육하는 남자와의 과거이야기는 전체적인 줄거리에서 계륵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갑자기 1948년 제주사태가 언급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도 않고 분위기를 일순 다운시켜버리기도 한다.


차라리 그랑프리라는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시합의 당위성을 향해 빠르게 전진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사부역할의 캐릭터를 하나 넣었으면 했다. 주인공을 제외하고 조연의 역할이 너무 부실해 보였다. 여자아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한국영화 보면서 절반은 외국어 같은 제주말을 이해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누군가를 갑자기 좋아하고 또 갑자기 그곳을 떠나고, 갑자기 대회에 참가해야 하고 거기서 큰 노력없이 마인드 콘트롤만으로 우승을 하는, 그런 설정, 그러나 앞뒤 재지 않고 “갑자기”가 너무 빈번하게 등장하고 “분위기 잘 안잡히는” 남녀배우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에 마냥 박수만 쳐주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다. 그래도 이 영화, 눈은 시원하다. 한없이 펼쳐진 제주도의 푸른 초원과 멀리 보이는 수평선, 그리고 여전히 여신급 미모를 자랑하는 김태희 얼굴은 볼 만하다.


감독을 포함해 누군가는 할말이 있을 듯 싶은 영화로 보였다. 내가 안 가본 제주도를 시원하게 보여준 탓에 더 이상 뭐라하기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