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죽이고 싶은 - 두 남자에게 생겼었던 일 (강추)

효준선생 2010. 9. 5. 01:32

 

 

 

 

 

 

 

 

영화 죽이고 싶은 은 이른바 장르영화였다. 딱히 정해진 범주안에 꾸겨넣기가 너무 힘들어 보이는 그런 영화였다는 말이다. 그냥 스릴러라고 하기엔 독특했다. 화려함과도 거리가 아주 멀었다. 비주얼로도 간호사로 나오는 서효림의 청순섹시함을 제외하면 그다지 내세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시간이 후딱 지나간 것은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두 남자의 사정에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천호진과 유해진, 신경외과 집중치료실에서 만난 이 둘은 안타깝게도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없는 환자들이다. 둘의 증상은 비슷하면서도 좀 달랐다. 천호진은 중풍을 연상케하는 뇌질환의 후유증으로 왼손과 다리를 쓸 수 없으며 사고를 당한 유해진의 경우 단기 기억상실증에 역시 고개를 비롯해 팔다리의 운신이 불편한 상태다.


이 두 남자의 전쟁은 먼저 들어온 천호진이 발동을 건다. 유해진에게 살인자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그를 해치려는 시도, 관객들은 유해진이 과거 천호진에게 몹씁 짓을 했겠거니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수없이 행해지는 이른바 살인의 기도는 번번이 물거품이 되고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운좋게 풀려나는 유해진에게 얄미움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천호진은 상대적으로 동정심을 유발하게 하는 캐릭터다. 간호사의 도움과 관심도 많이 받지만 몸이 그렇게 되고 나서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유해진을 죽이기 전에 죽을 수없다고 생각했는지 물리치료도 받는 등 죽어도 죽을 수 없다며 삶의 의욕을 불태운다.


그러나 영화의 반전은 뒷부분에 몰려있다. 셀 수 없이 죽이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이들은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그야말로 사투다. 생각해보라 제대로 걸을 수 없는 두 남자, 팔도 한쪽 밖에 쓸 수 없으니 공격이라는게 무기력해보이고 방어라는게 신통치 않다. 병원 바닥 청소를 다하고 다니는 두 남자의 싸움은 이 두 남자가 왜 싸우게 되었는지 나레이터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영화 중반에 두 남자의 대사에서도 잠시 언급된 지나라는 이름을 기억한다면 도움이 될 듯 하다. 놓쳤더라도 문제는 없다.


영화내내 좁은 병실안에서 긴장감있게 펼쳐지는 두 남자의 신경전때문이라도 근래 보기 드문 힘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여타영화에서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도 보여주지 못한 긴장감은 역시 두 연기파 배우의 공에서 나온다. 유독 인물에 대한 클로즈업이 많아 혹시나 수염 한가닥과 땀구멍까지도 인물의 캐릭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그나저나 유해진은 정말 원사이드하게 나쁜 놈일까? 그리고 이 둘과 간호사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다 알고나면 다소 허탈하지만 알때까지는 진짜 궁금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스포일러 금지의 영화 한편이 바로 죽이고 싶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