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 옛사랑이 그리운 그대에게

효준선생 2010. 9. 3. 02:53

 

 

 

 

 

 

공룡이름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프랑스의 흑백 고전영화란다.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락의,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에게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좋아하는 부하를 대신해 그녀에게 러브레터를 써준다는 설정이 주요한 내용이면서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모티프가 되었다.

이 영화 물론 기발한 상상력의 아이템을 차용했다.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의 오작교가 되어준다는 발상,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 이 영화를 보고 이런 사업아이템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영화 도입부 사랑에 목말라하는, 하지만 제 머리를 깎지 못하는 남자를 위해 이들 조작단 멤버들이 보여준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사랑 메이킹 작전은 웃음을 터지게 한다.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사랑은 그렇게 말도 안되는 순간에 폭발하기도 한다.


첫 번째 미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된후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잘 알려진 주연배우들의 의뢰와 그 작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어찌된 일인지 자꾸 삼천포로 빠져 들려고 한다. 의뢰인은 뒷전이고 조작단 단장(?)의 옛사랑에 관한 추억만들기에 집착을 하려든다.


멋없다. 회상신과 맞물려 의뢰인은 점점 쪼그라들어 마지막엔 찌질남으로 변해가고 균형감을 잃은 카메라는 여기 저기 헤매며 초점을 잃고 만다.


사랑, 첫사랑에 알싸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 공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경우라면 시큰둥해질 듯 하다. 남자와 여자 누가 더 애써 지우려할까, 이 영화 그 부분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게 맞다. 그리고 여자, 분명히 자신이 좋아했던 옛사랑을 만났음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지금 대쉬하는 남자인지, 아니면 좋지 못한 옛 기억의 그 남자인지 스탠스가 매우 애매하다. 사랑은 그렇게 애매한 상태에서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도 많다


화자가 배우가 아닌 감독의 시선과 감정만으로 이끌고 나가는 것 같아 보였다. 그렇게 된 이유가 중반 이후 스토리가 자꾸 반복된다는 데 있다. 똑같은 이야기가 장소만 바꾸어 가며 재차 등장한다. 사랑한다면, 이들 정도 나이라면 속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이것 저것 잴 필요가 있나. 그렇게 순수해 보이지도 않는 나이에 어정쩡한 모습에 갑갑해져다. 거기에 은연중 끼어드는 또 한명의 이성, 삼각관계는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이들의 애정전선은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다.


컨셉은 기발하지만 스토리는 뒤로 갈수록 80년대 청춘 멜로물의 그것이고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첨단 장비를 좍 깔아는 놓았지만 성실하게 밑을 받쳐주지 못하는 형국이다. 송새벽과 류현경 커플의 사랑만들기처럼 몇 개의 작전을 밀도있고 다양하게 펼쳐놓고 그것을 아우르는 마지막 한방을 터트렸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80년대 멜로물처럼 느껴지는 또 하나는 그때 청춘남녀 사이에 흔히 주고 받았던 닭살 돋는 아포리즘들이 많아서다. 그중에 기억나는 하나를 소개하고 리뷰를 맺는다. “사랑하기에 믿는 것일까, 믿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일까”


아직도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음과 같은 영화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지금 그 옛사랑과 인연을 맺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될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었다.  참, 영화 중반 병훈이 희중과의 추억을 되새겨 줄 요량으로 턴테이블에 올린 아그네스 발차의 음악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