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 누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효준선생 2010. 9. 2. 01:29

 

 

 

 

 

공포영화보다 더 질식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극과 극에서 가치의 대조를 통해 우리가 해야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그리고 눈 감아서는 안될 일을 고발하고 있다.


무도라는 극히 작은 섬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결말로 배치해 두고 있지만 실상 시종일관 끔찍한 일들의 연속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하나의 공간에서 아웅다웅 살고 있다는 설정자체가 말이다. 이건 영화의 첫장면인 용의자와 목격자가 한 공간에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화 초입, 경찰서 앞 주차장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장면이 보여진다. 보기에도 험악하고 질 나빠 보이는 용의자와 목격자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범죄에 이골이 난 그들 눈에 갸날퍼 보이는 여성이란 너무나 쉽게 손을 봐줄 수 있는 상대란 것이다. 이 역시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


어린 시절 머물던 섬을 오랜만에 찾아 나서는 여자의 당위성은 그런대로 근거가 있어보인다. 그리고 섬안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안에서 펼쳐지는 극악무도한 일상은 그녀의 눈에는 또 어떻게 비춰질까


이 영화는 극적대비가 적지 않다. 서울여자와 섬여자, 그들은 살아왔던 공간의 거리만큼이나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다. 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섬 여자 복남의 일상인데 그건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당하고 살아야 하는 환경과도 맥이 닿아있다.


섬에 사는 노인들은 한결같이 남성 숭배주의에 빠져있다. 집을 고치는 일만 생겨도 남자가 없어서는 안된다는 식이다. 자신들도 여성이면서, 그리고 복남의 탈출을 마치 제 자신의 일처럼 막고 나서는 모습에 그녀는 숨이 막힌다.


그녀를 괴롭히는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성적 학대, 그리고 데리고 들어온 어린 딸을 농락하는 것, 남편의 바람을 목도하면서도 묵묵히 참아내는 것등. 그녀는 마치 가축처럼 일을 해서 벌이를 한다. 그럼에도 그녀의 수중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의 절망은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없는 딸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서 시작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고나서의 그녀의 행위, 일종의 복수가 끔찍하게 이어지지만 관객들은 죽는 사람보다 죽이는 사람에 대해 동조하게 된다. 그만큼 복남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금수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말로 넘기지만 그녀는 마치 잘짜인 계획처럼 하나둘씩 해치우고 만다.


영화는 복남의 복수가 시작되고 한건씩 이어지면서 숨막히게 한다. 결코 평범하게 죽이지 않는다. 여느 공포영화에 못지않다. 그녀 자신의 몸무게만큼이나 무거워 보이는 망치를 질질 끄는 모습은 엄청난 화력이 된다.


그녀의 복수가 이루어졌는지는 중요치 않다. 손바닥 만한 작은 섬안에서 복남을 중간에 두고 벌어지는 인간말종들의 행위에 대한 고발,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이 아닌가. 신문 사회면을 펼쳐보면 빼곡히 들어찬 범죄 사건들을 죄다 모아둔 듯한 이야기들, 저건 좀 심한데 라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비주얼이 이어지고 그때마다 한숨이 터져나온다.


이 영화 무척이나 센 영화다. 슬래셔 공포무비와 견줄만 하다. 그래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볼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좋아라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듯 싶다. 특히 배우 서영희의 열연은 이 영화의 존재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