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해결사 - 전직 경찰의 아바타 놀이

효준선생 2010. 9. 1. 02:13

 

 

 

 

 

영화리뷰를 쓰다보면 어떤 영화는 중의적인 그 무엇인가를 끄집어내기 위해 애를 쓰고 또 어떤 영화는 눈앞에 휘리릭 지나는 것들을 잡아내며 묘사하느라 바쁘게 된다. 영화 해결사는 날아다닐 정도로 바빴던 주인공만큼이나 무슨 장면이 있었는지 기억해두느라 바빴던 영화로 기억이 된다. 요근래 이렇게 컷 장면이 많았던 영화가 있었나 싶게 대단히 빠르게 진행된 영화였다.


영화 해결사는 초장부터 정신없이 몰아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하나는 주인공 강태식(설경구 분)을 종잡을 수 없는 미스테리한 사건속으로 빠트려 놓고 마치 그걸 즐기는 듯한 태도의 장필호(이정진 분). 잠시도 강태식을 그냥 놔두지 않고 아바타 놀이를 시키는데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무려 영화 시작 30분이나 지나서 보여준다. 그러니 그동안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액션 연기를 펼쳐보이는 설경구가 벅차 보이기까지 하다. 다른 하나는 그럼 왜 아바타 놀이를 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나름대로 풀어가 볼 여지를 주지 않는 감독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바빴다.


이 영화 제목이 해결사이며 강태식이 흥신소(말로는 범죄연구소라고 하지만)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모종의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나타나는 곳마다 사건은 이미 벌어져 있었고 그는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만들고 (혹은 이미 만들어진 곳에서 우물쭈물하고 있거나)다니는 게 아닌가. 결코 유능한 해결사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장필호의 계획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국회의원나리가 나오고 모종의 협잡에 의한 것이겠구나라는 생각에 미치는 순간 강태식이 가지고 있었던 개인적 복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강태식이 비록 타의에 의해 그에게는 원수같은 대상들과 조우하고 그들을 쓰러뜨리게 되지만 그건 분명히 자신의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가라고 해서 갔고 원수같은 놈들이 그 자리에 마치 기다리듯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무력으로 그들을 꺼꾸러뜨리고 나니 자연스레 그가 품었던 복수심은 봄눈 녹듯 사라진 것이 되고 말았다.


강태식의 캐릭터는 열심히 움직이지만 아이큐는 대단히 낮은 저능아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불륜의 현장을 잡아내 돈이나 갈취하는 수준의 흥신소라고는 해도 그의 뒤에는 해커 수준의 조력자도 있고 전직 경찰 출신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위기상황에서 요령껏 빠져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지 정체가 뻔한 장필호에게 휘둘리는 것을 보면 좀 답답한 느낌이 든다.



이 영화의 조연 캐릭터들은 나름대로 관건이 되는 인물들이다. 특히 전직 변호사로 강태식과 구원이 있는 윤대희(이성민 분), 다들 그를 잡기 위해, 혹은 그를 막기위해 난리를 피지만 강태식 손안의 그는 희화화되어 버려 이상한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웃기는 것은 좋지만 비장해야할 캐릭터일 수도 있는 그가 마치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꼴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스토리와 캐릭터를 빼고 나면 이 영화의 최대 공력은 바로 액션에 있다. 류승완 감독의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특유의 맞짱 액션이 상당히 볼만하고 최근 한국영화에서 적당한 수준의 카 체이싱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 영화속에서의 그것은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화장실 격투신도 아저씨의 사우나 격투신 못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이 멋진 액션장면과 영화 전체적인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게 또 문제였다.


도망치고 싸우고 하는 장면이 불쑥 튀어나오면 장면에만 눈이 가 있고 조금 전 문제가 되는 상황을 홀라당 까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 복수는 일찌감치 수면아래로 가라앉고 정치적 음모는 생각보다 치밀하지 못하게 마무리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별로 아쉽지가 않으니...


이 영화는 액션 코미디물이고 모두가 열심히 달려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최근 액션물에서 강하게 반영하고 있는 감동과 개연성면에서는 그 힘을 다하지 못하거나 어설펐던 것도 사실이다.


정치 풍자는 한계가 있다. 제목처럼 해결사는 제힘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다보니 해결되는 장소에 그가 있었던 것이다. 타의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고 보니 열심히 달려준 강태식만 우스꽝스럽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