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익스펜더블 -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효준선생 2010. 8. 30. 16:41

 

 

 

 

 

나의 청춘시절인 80년대 말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몇 편 되지 않는다. 친구가 곁에 있을때면 시간때우기 위해 재개봉관에서 그저 그런 영화를 보았고 기억에 담아둘 만한 작품이라고 부를만한 영화도 별로 없었다. 90년대 초 주말이면 원치 않는 시간이 생겼고 그 시간을 당시 처음 장만한 비디오테잎 재생기(VCR)로 채웠다.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점심무렵까지 한꺼번에 6~7편의 비디오를 섭렵했고 그렇게 말도 안되는 영화팬이 되었다.

그 당시 내가 고른 것들이라는 게 대개 액션물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겹치기 출연에 이골이 난 배우들이었다. 그 당시엔 홍콩 느와르물의 최고 전성기였는데 조연급 혹은 주연배우의 파트너로 등장해 그 작품에서 어느 정도 이름값을 해내면 다음 작품에서는 그 배우가 단독 주연 혹은 신인급 배우와 짝을 이뤄 등장하곤 했다. 물론 홍콩영화뿐 아니라 헐리웃 영화도 전염이 된 듯하다.

그 당시,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거기에 그들과 맞서 싸우는 악역으로 자주 등장했던 돌프 룬드그렌이 참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돌프 룬드그렌의 주연작도 볼 수 있었던 것을 보면 그 시절 영화는 그랬던 모양이다.


블록버스터 개념이 도입되고 이들 배우들은 뒷켠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후배들은 이들이 쌓아놓은 액션물의 자양분을 섭취하고 무럭무럭 자라났고 더 이상 이들을 기억하지 않아보였다. 시간이 무려 20년이나 지나 이들 배우가 한자리에 모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영화 익스펜더블이다. 심지어 중화권 액션무비스타 이연걸에 이제는 더 이상 젊은날의 샤프함을 찾을 수 없는 미키루크까지 조인해 그야말로 전통음식의 진수성찬을 한 상 차려냈으니 내용은 부실하다고 할지라도 꼭 보러가야만 했다.


스탤론이 직접 썼다고 하는 각본은 그가 한창때 나왔던 그 시절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당백으로 적진에 뛰어들어 그 실력을 알 수 없는 적들을 물리치고 엄청난 근육을 자랑하며 포효하던 그때 그시절의 모습, 데쟈부가 따로 없다. 이번 영화도 비스므리한 전개다.


그런데 나이 육십에 아직도 고난에 처한 아가씨를 구해낼 요량으로 그 엄청난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설정은 너무나 애처롭다. 그런다고 그녀가 스탤론에게 시집올 것도 아니고 며느리 삼을 것도 아니면서, 영화는 이렇게 실없지만 오래전 내 끊긴 필름을 이어붙이듯 그들은 움직였다. 이들 배우가 하나의 프레임에 잡힐때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탤론과 아놀드,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가 하나의 장면에 나타나다니, 이건 몰래 카메라가 아닌가싶을 정도였다. 


이 엄청난 캐스팅은 아마 실베스타 스탤론이 거진 평생동안 이룩한 액션 무비스타의 이미지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가 호출했기에 다른 배우들은 그에게 헌정의 의미로 나서지 않았을까. 어떤 배우가 이런일을 해낼 수 있겠나.


한물간 배우들의 몸부림이라고, 그들만의 친목회라고 비하하더라도, 누군가에겐 젊은 시절 그들의 몸짓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희열의 히어로가 아니었겠나.


한국에서의 스코어가 미국만큼은 못되는 것을 보니, 그들을 보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 없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시절은 흐르고 그 안에서 잊고 있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