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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브리바디 올라잇 - 조금은 특별한 가족을 소개합니다(강추)

효준선생 2010. 8. 27. 01:30

 

 

 

 

 

 

엄마가 둘이고 남매가 사는 집이 있다. 그런데 남매는 이복남매지간이다. 그 둘의 엄마는 부부로 살고 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여기까지만 해도 모 방송국에서 자주 다루는 막장 드라마의 전형처럼 보이는데 한 술 더 떠서 아버지가 등장하면서 풍파를 불러온다.


영화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이런 배경을 가진 어느 한 가정을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평범한(?) 레즈비언 가정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안에 블랙 코미디와도 같은 유머가 살아 있는 것은 그 남매의 아버지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 같고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가 싶은 것이 생각만 해도 우습게 만든다.


정자를 기증한 남자, 아이들의 아버지를 찾아 나선 것은 엄마들이 아니라 아이들이었다. 생물학적 끌림, 바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그들은 조우와 함께 서로에게 가족으로서 호감을 느끼게 된다. 아주 오랫동안 한 가족처럼 지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생리적으로 그 남자는 두 아이의 아버지임에 틀림없고 아버지도 싱글로 지내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만남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영화는 성적소수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족관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로 구성된 종래의 아주 기본적인 가족관계가 아닌, 조금은 난해한 구성원들로 이뤄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대비해가면서 가족간의 진실된 관계가 무엇인지 조명하고 있다.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아버지는 왜 정자를 기증했냐고 묻는 아들에게 널 보니 기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는 부분, 같이 농구를 하면서 자신은 화장보다 매장이 좋겠다며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그 이유를 말하는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의 존재는 동성부부에서 남편의 역할을 맡은 닉에게는 상당히 거슬리는 작용을 한다. 그건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는 느낌 때문이리라. 자신이 그 남자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까지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을 받는 다는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의 심리나 기능보다는 남성의 역할을 맡은 동성애자의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어느 것이 그르다고 말하기 매우 어려워 보이는게 그들이 보여주는 가족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아름다워 보였고 행복하게 그려졌다. 삐거덕거림도 잠시, 그것도 아이러니하게 아버지의 출현때문이라는 게 오히려 부담스러워졌지만 근 20년 동안 만들어온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해체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이와 반대로 자신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서 행복해했던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여타 아버지의 모습과 비교되어 안되어 보이기도 했다.


영화 에브리바디 올라잇엔 연기파 배우들이 다수 출현한다. 아네트 베닝과 줄리안 무어가 동성부부로 나오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왔던 매력적인 미아 바쉬이코프스카가 부모의 틈안에서 갈등하는 딸 역으로 나온다.


영화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이다. 대학 신입생이 된 딸을 학교 기숙사에 보내고 헤어지려는 순간, 딸은 나머지 가족들이 인사도 없이 가버린 것으로 착각하고 두리번 거리는 모습, 그녀의 떨리는 입가는 가족의 소중함, 기계적으로 정자를 제공한 아버지 보다 함께 살아온 어머니와 동생에게서 더 큰 동질감을 느꼈던 것처럼 보이는 명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