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골든슬럼버 - 곤경에 처한 나를 구해줄 친구들

효준선생 2010. 8. 18. 01:19

 

 

 

 

 

 

 

중국 청나라때 황제들이 좀 심심해지면 북경성 외곽에 있는 원명원에 가서 미궁놀이를 하곤 했다. 궁녀들을 미궁에 몰아 넣고 누가 먼저 빠져 나오는 지를 지켜보는 일종의 가학적 게임인 셈이다. 황제는 높은 누각에 앉아 출구를 찾기 위해 아우성치는 궁녀들을 보며 싱긋이 웃곤했다.

 

이 미궁은 아직도 원명원에 남아 있는데 입구에 들어서기 전에는 출구를 쉽게 찾을 것 같은데 막상 들어서면 쉽지 않다. 땀은 나고 좀 떨어진 누각만을 목적지로 삼아 헤매기 일쑤다. 도대체 이런 놀이를 왜 만든 거지. 화가 나게 된다.

 

영화 골든 슬럼버는 한 사내의 미궁놀이와도 같은 상황하에서 그가 아는 사람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일종의 게임과 같은 영화였다. 결코 스릴러는 아니고 투박한 블랙코미디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듯 싶었다.

 

영화 골든 슬럼버의 단점은 지나치게 긴 러닝타임, 쬐금 불필요한 인물들이 방송분량을 너무 잡아 먹은 듯한데, 게다가 대사의 섭취도 어린 송아지가 풀뜯어 먹듯하니 시간은 세월아 네월아 한다.

다시 이 영화의 장점, 본의아니게 어떤 사건에 휘말려 도망을 다니게 된 사나이, 그는 왜 죄를 짓지 않았으면서도 도망을 치는 것일까 도대체 국가의 공권력은 왜 그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것일까 에 대한 대답은 중요치 않다.

 

그가 총리의 암살과 관련이 있든 없든, 무슨 사건이든, 설사 불가촉의 인물 천황암살을 저질렀어도 그게 중요한 포인트는 아닌 것 같다. 이 영화는 한 인물이 어처구니 없는 곤경에 처했을때 그를 알고 있던 지인들이 과연 그를 도와줄 것인가에 촛점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래서 에이는 이렇게, 비는 저렇게, 씨는 그렇게 그를 도와주는 것이다.

 

도와주려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반드시 그와 밀접한 친분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경찰마저도 은근하게 그를 도와주었으니 그의 인복만큼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조력자가 등장하는 바람에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택배회사 직원과 하수구(원래는 우수구)로 도망가라고 도와준 환자 할배, 그리고 그가 예전에 도와준 아이돌 가수등이 인상에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 그가 사랑했던(?) 과거의 여인...

 

극장입구에도 앙케트 조사를 한 내용인데 당신의 옛사랑이 곤경에 처한다면 당신은 도와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극장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아니오 라는 대답이 더 많아 보였는데...너무 현실적인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보고난뒤 다시 조사를 한다면 반반 정도 나오지 않을가 하는 좀 나이브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두시간 넘게 활기차게 뛰어다니던 주인공 사카이 마사토의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 긴 시간 스크린에 몰두하는 관객들에게도...

 

그나저나 여러분곁에는 주인공처럼 도와줄 친구나 지인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