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고백 - 그녀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다

효준선생 2010. 8. 8. 03:20

 

 

 

 

 

 

금쪽같은 여식을 잃은 엄마, 미혼모에 결혼까지 생각한 아이의 아버지는 에이즈 환자다. 그런데 그녀는 중학교 선생이다. 종업식 당일, 그녀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다. 아이를 죽인 범인은 바로 자신이 가르치는 반의 두 명의 학생이라는 사실이다.


상상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는 영화는 적지 않다. 그런데 영화 고백은 충격적인 설정에 맞물려 마치 한편의 광고를 보는 듯한 비주얼로 대부분을 채운다. 또한 그 상황을 책임지는 나레이터를 등장시켜 결말을 향해 매듭을 이어간다. 올이 한 올 풀렸다가 다시 꼬이는 방식이다. 풀어질때는 누군가 잘못 알고 있겠지 하는 안도감에, 그러다가 결국 범인의 머리위에 쇠뭉치가 떨어지는 것 같은 압박이 가해지면 복수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았구나 하는 섬뜩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장 먼저 마츠 다카코가 맡은 여교사, 그녀는 아이들이 떠들어도 주의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마치 독백처럼 흘려 내보낸다. 조금씩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 끔찍한 일들이 자신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면서도 자신의 행위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소란스러워지지만 결정적 한마디에 아이들은 혼비백산한다. 아무리 천방지축 아이들이지만 여전히 13세 아동들이니 만큼, 물론 그 충격은 관객들에게도 전가된다.


나이 13세, 그 어떤 죄를 지어도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처벌 받지 않을 나이, 그 법은 13세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었지만 피해자의 엄마에게는 씻을 수 없는 피눈물이 되었다.


영화속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과 흡사하다. 힘이 있는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약점을 잡으면 바로 표변하기도 한다. 그 아이들에게 악마라도 잠재해 있는 것일까.


여교사의 나레이션이 끝나고 영화는 잠시 숨을 돌리는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선생이 등장하자 이 영화 옴니버스 영화인줄로 알았다. 그러나 話者만 바뀌었다. 그 반의 반장, 그녀는 중간자의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이 영화속에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처럼 보이는 그는 따로 있다.


영화는 마치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회악을 모두 쓸어담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원천을 결손가정의 자애의 부족으로 돌려놓았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똑똑한 아이의 비참한 말로, 그아이가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서서히 붕괴되는 모습에서 영화는 사필귀정을 그리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건 다가 아니다.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여교사는 자신의 분노와 복수를 향한 집념을 결코 놓지 않았다. 자신에게 적대감을 보인 사람들, 혹은 피해를 입힌 사람들을 향해 칼날을 휘두르지만 그 칼날은 자신이 복수해야할 범인의 손에 들려 있다.


영화는 끔찍하다기 보다 볼수록 한숨이 나왔다.  아직은 너무나 어린 아이들, 선악에 대해 마치 몰핀이라도 맞은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들, 천진해야할 그 아이들의 눈빛은 이미 어른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영화 고백은 과연 진실한 고백일까, 그리고 누굴 향한 고백일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단죄할 수 없기에 스스로 나선 그녀, 그리고 아이들, 희생자와 용의자의 사라짐 뒤에 남겨진 것은 후련함 보다는 처연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