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나쁜놈이 더 잘잔다 - 막장 청춘은 그렇게 시들어 갔다

효준선생 2010. 6. 25. 00:38

 

 

 

 

 

 

공갈협박죄, 폭행 및 살인죄, 강도 및 절도죄, 불법무기소지죄, 범인 은닉죄, 미성년자약취강간죄, 향정신성약품관련법 위반, 교통법규위반, 음란물 제작 및 유포죄등등이 한 편의 영화안에서 보여진다면 그건 엄청난 범죄영화가 아닐 수 없다.


영화 나쁜놈이 잘잔다는 위에 소개된 각종 흉악하고도 강력한 범죄를 죄다 보여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 10분마다 하나씩 범죄들을 저지르는 빗나간 청춘들의 행태를 적나라 하게 조명하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세 친구가 있다. 아버지가 감옥에 간 동안 알바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윤성에게 질 나쁜 두놈이 다가온다. 종길과 영조, 그들도 나름대로 인생 철학이 있지만 윤성에게는 그들은 말그대로 암적인 존재일 뿐이다. 어떻게 알게 된 친구인지는 모르지만 근묵자흑이라고 함께 범죄를 저지르며 그들은 한 배를 타게 된 셈이다.


영화속 인물들은 죄다 악행으로 점철된 인물들로 그려진다. 그나마 윤성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해경은 연예인이 되겠다는 헛된 망상에 정신못차리는 게 오히려 가엾고 불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인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욕과 일탈행위일 뿐이다. 거기에 기름을 붙는 것은 기성세대라 할 수 있는 삼촌이라고 불리는 하우스장 주인과 종길을 데리고 다니는 3류 포르노 영화제작자 이감독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이들이 악의 수렁에서 나오지 못하게 방해를 하거나 방조를 하며 자극을 한다.


질풍노도의 시절도 오래전에 마감했을 나이로 보이는 이들의 철없는 행동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선까지 넘는다. 그리고 서로를 물고 뜯기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차라리 눈을 감고 말게 된다.


영화는 총과 칼이 난무하고 피칠갑을 한 뒤에야 간신히 멈추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아물 것 같지는 않다. 영화속에서는 좀 유심히 살펴야 할 게 있다. 엄청난 사건과 사고가 연속되지만 공권력이 끼어들지도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이들 간에 짐승처럼 살육이 벌어지는 현장에서는 불필요한 개입이라고 본 것 같았다.


우린 너무 쉽게도 누군가가 그것을 구원해주고 원만한 결과를 얻는데 만족해 온 측면이 강하다. 마지막 사건 장면, 질탕하게 한바탕 뛰어 놀고 나선 경찰 싸이렌이 등장하는 뭐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너무나 평상적인 멘트 하나만 엔딩 크리딧위에 띄운다.

“우린 이렇게 산답니다”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귀가 먹먹할 정도로 스크린을 수놓았던 찬란했던 욕설들, 대화보다 주먹이 먼저 튀어나오는 나쁜 놈이 더 잘잔다. 신인배우들이 연기력을 제고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은 인정해 주고 싶었지만 절제된 예산속에서 아껴가며 찍은 냄새가 물씬 난다. 주로 사건을 위주로 한 씬만을 나열한 듯 싶어 좀 아쉽기만 했다, 러닝타임의 여유도 있었음에도 고뇌하는 장면은 딱 한군데 뿐이었다면 과장일까


청춘 느와르를 표방했지만 이런 저런 한계에 부딪치며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 영화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