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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영화 스플라이스 - 조물주가 되고픈 인간의 욕망

효준선생 2010. 6. 22. 01:38

 

 

 

 

 

 

영화 스플라이스는 시각적으로는 충격적인, 과학적으로 불가사의한, 윤리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그리고 마음 한켠에서는 처연한 정서가 뭉클거리게 하는 영화였다.


헐리웃의 수많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듯 물량으로 밀어 붙여 파괴미학적 영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또하나의 영화 장르의 탄생으로도 보였고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던 여러 가지 이중적인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메스처럼도 보였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나는 시점까지 예상은 가능하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인간이 조물주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에서 부터였다.


클라이브와 엘사 부부는 모 사설기관의 생의학 연구원이다. 그들은 그동안 아무도 성공한바 없는 이종생식에 대한 연구를 감행한다. 그리고 그 결과 드렌이라는 생명체가 출현한다.

여기까지는 늘 봐왔던 설정이라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그 괴 생명체는 결코 이들 부부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폭력성을 지닌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아무나 해하려들지 않으며 오히려 사람의 인성을 닮아가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물론 부부도 드렌을 자신의 아이, 딸, 혹은 이성으로 대해가면서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처럼 형성해 나가는 부분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드렌의 자기 방어체인 꼬리 끝의 바늘은 인간에게는 무엇일까? 인간의 몸에 그처럼 독한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 어느 철학자왈 인간의 몸에 달린 것 중에 상해를 입힐 만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연에서 도구를 만들어써야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도구는 총이나 칼처럼 매우 위협적이고 지능적인 무기로 발전되어 왔다.


드렌은 헐벗은 상태다. 그녀는 여성의 몸을 하고 있다. 그녀에서 성이란 무엇일까? 이 영화에서 성(gender)는 상당히 중요한 변수다. 아니 주제라고 말할 수 있다. 성은 종족을 번식 시킬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니러니 하게 이 방법은 신이 창조한 인간이 스스로 번식가능하게 한 방법이다. 그런데 드렌은 이 방법을 사용하려고 한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은 자가 번식을 하지 못하고 결국 신의 영역안에서 분화하려는 것이다.


또하나 부부는 아이를 가지려고 애를 쓰지만 잘 안된다. 이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엘사는 남자가 임신하는 그날까지 애를 안가져도 된다는 말을 하는데, 이 부분은 결말부분에 나타난다.


영화속에서는 이들 부부와 다르게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한 축이 등장한다. 바로 이들 부부가 일하는 회사다. 그렇다고 이 회사를 욕할 필요는 없다. 돈이 없으면 연구도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창고에 방치되다 시피하며 부부와는 다른 공간에 갇힌 드렌은 분명 도망을 갈 기회도 많았다. 날개가 생기기도 하고 뜀박질도 엄청나다. 하지만 그녀는 도망가지 않는다. 창고안에서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초능력의 세상속에서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드렌이 보여준 능력은 그야말로 수천년 동안 인간이 갈구해본 것들의 집합체다. 바닷속에서 숨을 쉬고, 하늘을 날고, 성을 바꾸고...그런데도 드렌은 불쌍해 보인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길 없고 그녀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한번은 도망을 시도하다 클라이브가 사랑한다는 말에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그녀는 자신을 만들어준 남자를 흠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기묘한 트릭이었다. 물론 드렌은 클라이브와 성적 접촉을 시도한다. 엘사에게 들키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지만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렌은 인간 남성과의 성적인 접촉으로는 자신을 분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배웠던 것이다.


지구상의 어느 생물은 자신의 위험한 상황을 탈피하고자 성을 바꾸기도 한다고 했다. 드렌에게는 자신을 해치려는 인간으로부터의 위협을 당하면서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종족 번식만이 살길이다라고, 그리하여 스스로가 남성이 되었고 “그”가 된 드렌은 이제 클라이브가 아닌 엘사를 노리게 된다.


영화 스플라이스는 올해 본 영화중 가장 충격적이면서 인상에 남을 만한 영화다. 이미 말한 것처럼 규모면이나 잔혹성에서 그러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내면에 잔재한 이중성에 대해 그럴듯한 장면으로 “이러면 믿겠나” 라고 여러차례 보여주고 있으며, 간간히 볼거리를 충족시켜 주면서도 긴장을 끊임없이 유지시켜 주는 연출의 힘때문이다.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두 가지를 물었다. 속편을 염두해 둔 결론인가. 드렌을 맡은 여배우는 자신이 연출할 형상에 대해 잘 수긍하던가... 그렇지 않다와 그렇다였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그리하여 터부를 깨려는 시도는 지금 어디선가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 역시 그 열매가 달콤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 하기사 인류가 만들어 놓은 과학은 수만차례의 시행착오 속에서 쌓여온 것이니 만큼. 날개달린 인간의 출현 멀지 않았나? 


영화 제목 스플라이스는 떨어진 끈 따위를 이어붙인다는 의미라고 한다. 분명 영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