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녀들의 전쟁 - 삼류인생, 고향과 조우하다

효준선생 2010. 6. 24. 00:38

 

 

 

 

 

 

 

영화 미녀들의 전쟁에 미녀는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미녀라고 자칭하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미의 여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제목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미녀 선발대회를 사이에 두고 경쟁관계인 두 마을간의 신경전 정도로 보면 무방하다.

미녀 선발대회까지 있는데 왜 미녀가 없냐고 묻는 다면 그건 한쪽 마을에 미녀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상황때문이다.


프랑스 코미디 영화인 미녀들의 전쟁은 기존에 봐 왔던 이해불가의 고난이도의 프랑스 영화속 코믹장치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지만 어찌보면 한국인 정서에 더 어울리는 유머 코드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부담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 바로 이런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흔쾌해졌다.


영화속 배경은 두 개의 마을을 축으로 돌아간다. 자무시라는 좀 낡고 오래된 마을과 슈퍼 자무시라는 관광산업을 매개로 신흥마을 간의 치열한 경쟁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이 두 마을은 여러 가지 경쟁이 있음에도 유난히 매회 벌어지는 미녀 선발대회에 사활을 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영화는 결코 미녀대회의 우승마을을 선정하는데 전력하지는 않는다. 스물 두 번이나 슈퍼자무시에 진 자무시 마을은 거금을 들여 고향 출신인 3류 배우를 파리에서 불러온다. 졸지에 미녀 선발대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그는 허풍도 세고 17년전에 사랑하는 여인을 버리고 도시로 도망한 전력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한 상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신이 버리고 간 마을은 여전히 자신을 그리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그는 진정한 행복을 찾아간다는 설정이다.


이 영화는 두가지의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보여주려고 애를 쓴다. 하나는 3류 인생의 자아찾기, 그리고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려는 것이다.


미녀 자체가 없는 마을에서 미스 자무시를 만들어 내야한다는 것은 코미디를 위한 부수적 장치이다. 그것보다는 이름만 배우일뿐 단역 엑스트라에 불과한 남성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지, 그리고 그게 우리가 일상으로 마주치는 이웃의 모습은 아닌지 묻고 있다. 그가 억지로라도 만들어 내려던 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알게 해준 것도 어찌보면 보너스인 셈이다.


또하나는 각종 개발 사업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사는 마을이지만 안에서 피폐해지는 환경보호에 대한 조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키장의 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식수를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바람에 식수원이 고갈되고 우물이 나오는 땅을 매입하기 위해 주인공을 매수하려는 장면이 오늘날 4대강 개발이라는 허울에 아름다운 산하가 시멘트로 덧칠해가는 한국의 오늘과 전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영화를 통해 결국 미녀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허상의 아름다움일뿐 인 셈이다. 가꾸고 지켜야 할 것은 분칠을 하고 좋은 옷을 입혀 눈속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우승자를 만들기 위해 외국에서 키 큰 모델을 수입해 들여오는 비열한 방법은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된다는 점등. 비록 웃자고 만든 코미디 영화지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말해주고 있다.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여서 프랑스 말 특유의 수선수러움(?)을 빼면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다. 슈퍼 자무시의 배경이 되는 알프스 자락도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고, 엔딩 타이틀 중반에 보이는 과거 회상씬도 꼭 보아야 할 재미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