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여대생기숙사 - 살인보다 중요한 입단속

효준선생 2010. 6. 23. 02:39

 

 

▲ 비주얼로 승부를 보려다 호러라는 本領을 잃어버리고 만다

 

 

▲ 가장 실소를 금치 못했던 한 장면, 마치 액션 히어로들 같다

 

 

▲ 가장 호감가는 캐릭터였던 클레어, 배우 제이미 정은 한국계

 

 

▲ 그녀의 죽음은 아쉽다.

 

 

 

공포영화의 최고의 선은 당연히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관을 나서면서 “에구 무섭다”라는 감탄사가 툭하고 나오게끔하는 것이다. 코믹영화가 웃게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웃기지 않는데도 코믹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처럼 사람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무섭지 않는 공포영화는 심하게 말해 유치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현상을 목도하는 것 이상으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즐거움에 도취하게도 만든다. 그걸 재미라고 하고 그 재미에 푹 빠지기 때문에 같은 자리에서 꼼짝않고 두어시간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것처럼 생고문도 없다.


올해만큼은 공포영화를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여대생기숙사는 공포외적인 볼거리가 있지 않을까하는 일종의 관음적 호기심으로 선택했다. 은밀한 공간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들의 방은 여대생의 기숙사가 아니라 모텔방이자, 룸살롱에 비치된 성애를 위한 휴식공간이자, 난잡한 파티장소였을 뿐이다. 마치 연극무대나 패션쇼장 뒷켠의 어지럽혀진 공간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현란한 옷과 악세사리뿐이었다. 그녀들이 여대생은 맞나? 밤무대 가수는 아니고?


쭉쭉빵빵한 언니들이 도열하는 것을 보고는 캐릭터부터 심상치 않다 했지만 그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공포적 요소는 일체 배제하고 그저 이유없이 죽이는 것에 몰두한다. 물론 공포영화에서 살인은 또하나의 쾌감을 주는 요소다. 살인을 정당화 해서가 아니다. 나쁜 짓을 한 자들에게 가해지는 일종의 복수의 방법일뿐이다. 그런데 피살되는 사람이나 살해하는 사람이나 개연성을 잃게되면서 흥미는 완전 반감된다. 백주대낮같은 조명아래 정체를 드러내는 범인은 자기입으로 감독이 하고픈 말을 그대로 재연해낸다. 그리고 나서 다시 폭력과 맞대응...공포영화이기를 포기한 듯 싶다.


영화 여대생기숙사는 우연히 발생한 살인사건과 사건을 매개로 서로 뭉치려는 그녀들의 심리구조에서 멋지게 출발한다. 그러나 입 가벼운 그녀들의 발설은 뜻하지 않은 봉변을 만나게 되고 결국 그녀들의 맹세는 아주 우습게(결코 무섭게가 아니라) 결말을 맺게 된다.


공포영화에서 자주 차용되었던 마지막 연상씬도 그 신체 일부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그다지 긴장스럽지 않다. 그 팔목의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은 결국 그 배역이 이 영화에 미치는 정도가 실패수준으로 인식되었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이다.


늘씬한 언니들이 무진장 등장하고 훈남들이 떼로 나왔다가 불귀의 객이 되는 영화, 유일한 동양인 배우, 제이미 정은 한국계라고 한다. 끝까지 살아 남았으면 했지만... 초반에 그녀를 향해 다문화의 분위기를 배웠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여자는 어찌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무튼 비밀을 지키지 못하고 입을 함부로 나불거리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살해당한 사람들을 유심히 보면 대부분 입이나 입주변을 공격당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여아일언풍선껌이라도 입이 무거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