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엽문2 - 양코백이와의 한판승

효준선생 2010. 6. 16. 01:37

 

 

 

 

 

 

 

영화 엽문은 근래 들어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리고 누구보다 먼저 볼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씁쓸한 기분이 가슴 한켠에 남았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기대만큼 재미없어서가 아니었다. 또는 견자단의 무술 솜씨가 예전만 못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식민지 시대를 살던 홍콩의 서민들이 대체 얼마나 강해져야만 서양 양코백이들에게 서러움 받지 않고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연민때문이었다.

주인공 엽문은 당대 최고의 무술인임에 틀림없지만 그 역시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고서야 간신히 양코백이를 물리칠 수 있었으니 힘없고 돈없는 하층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서럽긴 마찬가지 아닐텐가 하고 말이다.


엽문은 1편의 마지막 장면과 맞물려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향인 광동성 불산을 등지고 홍콩으로 넘어오지만 피붙이 하나 없이 옥상 한켠을 빌려 도장을 차린다. 하지만 제자 구하기 쉽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에 가족은 힘겨워 한다. 하지만 그건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알음알음 찾아온 제자들도 낼 돈이 없어 미안해 하고 그런 제자들 앞에서도 오히려 겸연쩍어 하는 엽문의 모습에서 당시의 빈궁함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돈은 어디론가 새고 있었다. 파이터 쇼를 개최한다는 명목으로 거둔 돈은 영국관리의 수중으로 죄다 흘러가고 중국인들은 죽도록 일만 하는 형국이다. 당연히 반항심이 생기지 않을리 없다.

빵을 구하지 못한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영화 중반에 영춘권을 하는 엽문과 대척점에 있는 홍가권의 홍진남(홍금보 분)이 나서지만 그 역시도 결국 영국 제국주의 수렁하에 있기는 마찬가지 였다.

홍가권과 영춘권 사람들은 쉴새 없이 다투지만 그건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겪이니 말이다. 어느새 중국인들의 공통의 적이 등장하고 예의 없이 그 적은 하얀피부를 하고 있다. 막말로 그 권투선수의 가슴팍엔 유니언 잭이 그려져 있는 것이고 거기에 대항하는 자는 죽음아니면 승리뿐이다.


누가 나설 수 있겠나. 결론은 물론 나왔지만 그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미덕은 아닌 듯 했다. 엽문이 죽을 만큼 맞은 뒤 이기는 것이야 당연한 수순이지만 마지막으로 그는 한마디 툭 던진다. “지위(직위)에는 상하가 있지만 인권(인격)에는 귀천이 없다.” ()는 자막 대사


그는 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인데 자못 진지한 화법을 구사한다. 예의 홍콩 무협영화속 결말이 그렇듯 사필귀정으로 끝을 내지만 마지막 그가 한 말은 여전히 귀에 남는다.


더불어 홍가권 도장 한켠에 걸린 自强不息이라는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나라의 힘이 약해 식민지 백성이 되었으니 스스로 쉬지 않고 강해져야만 살 수 있다는 말,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제의 식민지시절을 보내고도 아직도 청산치 못한 친일파의 잔재들, 그리고 자주 국방이 힘에 겨워 미국을 바라보고 사는 입장에서라면 말이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다수 나온다. 그들의 대사는 모두 보통화라고 하는 표준어를 구사한다. 거기에 볼거리도 풍성하다. 3~4번 진한 결투 장면이 등장하는데 특히 탁자위의 경연은 볼만하다. 홍금보의 육중한 몸매가 공중 회전을 하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그가 아니면 또 누가 해내겠는가. 견자단과 홍금보의 한판장면만 제대로 봐도 이 영화 본전 생각은 안날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보너스, 이소룡의 실제 사부로 알려진 엽문의 이야기인지라 이소룡이 언제 나올까 싶었는데 맨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 것도 코믹하다. 놓치지 말고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