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소설 프라다 가방을 든 노숙자 - 진짜 멋지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다

효준선생 2010. 2. 27. 01:01

 

 

 

아무리 하늘이 무너질 듯한 절망감에 휩싸인다 해도 결코 하늘은 무너지지 않아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는 한 또 다른 삶이 펼쳐지고 발버둥치고 맞서다 보면 다 살아지게 마련이야 (p190)


소설 프라다 가방을 든 노숙자를 보기전에는 이 책이 소설인지 몰랐다. 어쩌면 한 된장녀의 자기 계발서가 아닐까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받는 순간 가장 먼저 시작부분을 읽어보니 작가 본인의 이름이 아닌 “오주연”으로 시작하길래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다른 스케줄 때문에 책을 덮고 귀가한 뒤 읽어야 하는 타이밍이었음에도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가방이 오늘따라 가볍지 않았음에도 그 위에 이 책을 한 권 더 얹어 집을 나섰다. 지하철에서도 앉을 자리를 마련하고 가장 먼저 한일은 방금 전 집을 나서기 전 읽은 부분에 책갈피를 만들어 갈래를 넣어둔 부분을 찾아 읽어내려간 것이었다.

우습게도 아무런 내용이 아님에도 왜 그렇게 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 것일까 지하철에서 내려 다시 책을 덮어야만 했음에도 뒷부분이 궁금해 나름대로 유추하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이동을 하면서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며 이 책의 두께는 320여 페이지였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었나.

오주연은 맞다 된장녀다. 잘나가는 쇼핑몰의 주인장, 그런데 어느날 아주 갑자기 그녀에게 닥친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이 터진다. 그녀는 뭔가 자신이 잘못한게 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을 하고는 도피한다. 하루아침에 사장에서 노숙자가 된 것이다. 책 제목의 노숙자는 메타포가 아니라 적시였다. 그녀는 노숙자 신세가 되어 인생의 쓴맛을 보았다. 그것의 시초는 돈이었다. 하지만 운좋게도 그녀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상술이 남아있었다.

허름한 창고가 그녀에게는 그녀의 인생을 돌아볼 계기가 되어 주었고 그녀가 부유했을때 그녀 주변을 싸고 돌았던 세계는 허상이자 물거품이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아주 천천히 깨닫게 된다. 믿음과 사랑이 모두 유리조각처럼 부수어지고 남은 것은 소망뿐이라는 것을...

그녀에게 현실의 반려자는 그녀를 지근거리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의 현실과 과거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채 과거의 지난간 영화를 잊지 못한다.

그런 장면은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시골동네나 다름 없는 곳에서도 명품을 찾아 입고,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원두커피를 찾아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여전히 배신뿐, 왜 무엇이 현실은 그녀를 힘들게만 하는 것일까


그 정답은 그녀 스스로가 찾아보게끔 작가는 배려했다. 어쩌면 그녀를 범죄자로 몰아 넣고 그런 수모를 겪게한 사람이 누군지를 밝혀내는데 골몰하기 보다는 그녀가 인생을 가치잇게 살아가는 방법은 도대체 무엇일까를 알아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게 이 소설의 결말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 소설의 장점은 여러 가지지만 우선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들여다 보는 것처럼 영화적 영상이 눈앞에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배역에 이름을 붙이고 그 배역에 맞는 배우를 짝짓기 하는 것도 재미난 일이다. 둘째, 소설 앞부분에 등장한 그럼 과연 어떤 인간이 그녀를 범죄의 수렁텅이에 몰아 넣은 것일까에 대한 궁금즘이 가시지 않게 만들었다. 그 부분이 풀리지 않는한 여기에 등장하는, 그녀와 관련된 싸가지 없는 것들은 모두 용의자가 되는 그런 미스테리한 요소도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 전략인 셈이다.


여성들이여 명품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통장에 숫자로 찍히지는 않지만 가슴 속 깊숙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삶의 진솔한 가치가 바로 명품을 살수 있는 자산인 셈입니다. 2010년 1월 13일 하루동안 스피디하게 읽을 내려간 소설 프라다 가방을 든 노숙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