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책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 박지성이 들려준 이야기

효준선생 2010. 5. 10. 00:20

 

 

 

 

축구선수 박지성은 안티팬이 거의 없는 선수일 듯 싶습니다. 그건 그가 골을 엄청 넣은 탁월한 테크니션이라거나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수비수이기에 그런 게 아닙니다. 현존하는 세계 프로축구 클럽팀 중에서 최고 수준의 팀으로 꼽히는 붉은 악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바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그동안 빅리그라고 불리는 유럽리그에 진출한 선수는 적지 않습니다. 2002년 4강에 들면서 마치 붐을 이루듯 앞다투어 진출했던 그들 중 지금껏 그곳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최근에는 박주영, 이청용등 젊은 피들이 진출해 골을 넣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만 요즘엔 그것도 간헐적입니다.

 

박지성은 전형적인 골잡이가 아닙니다. 실제로 그가 맨유에서 작성한 골은 한 시즌에 4개정도가 맥시멈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선수가 일주일에 1억정도의 급여를 받으면서 그 정도의 성과에 만족하겠습니까. 하지만 박지성의 역할은 골을 넣어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료들이 골을 넣기 위해 스스로를 잘 헌신하는 데 있지 않을까요.


바로 그 헌신과 꾸준함이 맨유가 박지성을 내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중앙북스)는 바로 박지성의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페이지 마다 그는 말하고 있습니다. 시련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 대신 자신을 찾아온 그 시련을 어떻게 잘 타이르는지에 따라 미래는 바뀔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축구선수 박지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집니다. 기자나 전문 칼럼니스트등 제3자의 입장에서 쓴 책과는 좀 다릅니다. 우리가 간간히 스포츠 뉴스에서 접해온 그의 골넣는 장면에서 멈춰진 그의 활약 뒤에 숨겨진 비화들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축구를, 축구선수 박지성을, 특히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재미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만 읽으라고 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 자신의 미래에 대해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아주 훌륭한 위인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지성은 은퇴하고 한적한 곳에서 자서전이나 집필하는 아마추어 작가가 아닙니다. 그는 바로 내일 새벽 이번 시즌 맨유의 우승을 결정짓는 게임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한국인에게 힘이 될까요. 누군가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나눠 줄 수 있는 그는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이 책안에는 좋은 銘句가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것은 맨유의 골잡이 출신이었던 솔샤르가 박지성에게 말한 골대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걸 조금 바꾸어 말하면 우리도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골대안으로 골을 밀어 넣으면 되지만 내게 패스되어 오는 골에 발을 갖다대는 순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갈등을 하는 것일까요. 성공과 실패는 바로 그 순간의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말...기억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