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청설 - 사랑은 도시락배달과 함께 소리없이 다가왔다.

효준선생 2010. 6. 6. 00:11

 

 

 

 

 

 

 

 

말은 한다는 것이 은이라면 침묵은 금이라고 한다. 그만큼 말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인데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조차 다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언어가 아닌 손동작으로 사랑함을 표시하는데 역시 사랑은 애틋한 모양이다. 말로 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 청설은 젊은이들의 조건없는 사랑을 따뜻하고도 경쾌한 리듬을 살려 만들어낸 대만영화다. 대만영화도 얼추봐서는 중화권영화이지만 대만 영화에는 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건 바로 아기자기한 맛이다. 거칠면서도 사회적이슈가 적지 않게 담긴 중국의 그것과 달리 생활속에서 유머를 찾아내고 이념이나 사회성보다는 개인적인 일상사가 많이 담긴 내용이 바로 대만영화의 특징이다. 거기에 알싸하게 들리는 멜로디의 영화음악도 다수 포함된다.


영화 청설은 말하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게 관객들에게 혼동을 가져다 준다. 영화가 거의 끝날때까지 관객들은 청각 장애인이 자신을 이해해 주는 멋진 남자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런 반전 때문에 몇 년전 대만영화로서는 엄청난 매니아를 생성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 비견된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반전의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결국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심정적 끌림에 우선한다는 어찌보면 현실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거북하다거나 단지 동정심의 유발이라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만큼 귀엽고 앙증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한 여주인공 양양(천이한)의 모습에 혹하지 않을 남자 없을 것 같고 그를 좋아하는 티엔커(펑위이앤)도 박태환 급 외모에 나이에 맞는 애교(?)에 많은 관객이 넘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선남선녀의 사랑이야기에 비중은 적지만 주목할 역할은 바로 여주인공 양양의 언니 샤오펑(천이엔시 분-동생으로 나온 천이한보다 한살 어리다. 그런데 두 여배우의 올해 나이 27,28세라니 믿기질 않는다)다. 그녀 역시 귀여운 여신급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수영선수로 분하는 바람에 상당히 자주 몸매를 과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문제는 이 언니에게서 비롯한다. 그녀는 상당히 여러차례 반전의 빌미를 제공하고 맞춰보라고 힌트를 준다. 그게 반복되면서 글쎄 같은 청각장애인이면서 왜 그녀는 자꾸 자신을 돌봐주는 동생에게서 독립을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거기에 자신 때문에 좋아하는 동생이 남자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싫다고 하는 것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내가 뭔가 착각을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미치자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장애인 올림픽 출전에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는 언니, 그리고 그녀의 동반자인 동생, 그 동생을 사랑하며 일방적인 구애를 하는 청년 티엔커, 이렇게 세 명의 이야기는 즐겁고, 안타깝고 충분히 감동적이다. 더불어 티엔커의 부모로 등장하는 중년 배우의 코미디급 연기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역시 장래의 며느리의 장애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에 과연 한국에서라면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영화는 달콤하다. 그리고 이성보다 감정선을 자극한다. 발성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화와 자막으로 극을 끌고 나가는 초중반부엔 좀 답답한 구석이 없지 않았지만 적응이 되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참고로 제목 청설은 중국어로 말하는 것을 듣다라는 의미다. 청설이라는 한자 독음식 표현이 아닌 " 내 얘기를 들어줘", "들을 수 없는 비밀"같이 번역해서 제목을 달았으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