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노스페이스 - 은빛 절벽 그곳에서 벌어진 일

효준선생 2010. 6. 5. 02:23

 

 

 

 

 

 

 

 

 

 

누구나 희망을 노래한다. 그리고 그 희망이 자신의 것이길 기다린다. 하지만 그 희망이라는 바람은 대다수에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모든 사람이 흔히 겪는 일이고 희망을 얻는 사람들도 자신의 운에 반신반의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은 희망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다려 본다. 희열에 찬 눈빛으로...


스포츠가 한때는 권력자들에게 있어 좋은 통치수단으로 활용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온국민이 사랑하는 프로스포츠가 되었지만 프로야구는 전두환 군사정권시절 국민들의 귀와 눈을 홀리기 위해 무마용으로 만들어낸 부산물이었다. 물론 나는 야구광팬으로 어린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야구를 즐겨 보고 있고 뼈속까지 00팬이기도 하다. 한때는 우승을 독식하던때도 있었는데, 오랜만에 우승을 하고 나니 기분이 얼떨떨함을 느끼기도 했고, 하루의 마무리를 경기결과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아 인에 박힌 듯 하다.


등반을 스포츠라고 부르기엔 그 위험성과 시도자체가 힘겨운, 정말 도전조차 쉽지않은 인간의 극한의 몸짓이라고 하는 편이 옳은 듯 하다. 등반의 이유를 산이 저기 있어서 오른다는 선문답이 멋져 보이는 이유도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한때 이 어렵고도 지난한 등반을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 시키는데 악용하려고 했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나치독일의 히틀러였다. 그는 베를린 올림픽을 앞두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당시까지 처녀봉으로 있던 아이거 북벽을 등반하도록 독일 등반가들을 부추킨다. 영화 노스페이스는 이런 시대적 배경을 안고 찍은 실화 다큐드라마다. 물론 그안에는 엄숙할 정도의 등반 장면도 있지만 산중턱 호화 호텔안에서 벌어지는 권력층의 행태에 대해서도 꼬집고도 있다. 물론 주인공과 기자로 나오는 여성과의 사랑도 조미료로 담겨있긴 하지만... 


토니와 앤디는 군인이면서도 등반의 욕심이 강한 젊은 청춘들이다. 이들은 아무도 올라가지 못한 아이거북벽을 오르기로 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들을 뒤따르는 인물들은 당시 독일과 합병을 눈앞에 둔 오스트리아 원정대들, 이렇게 네명은 처음에 경쟁관계에서 나중엔 생사를 함께하는 동지로 발전한다. 영화는 엄청나게 고생하는 등반대와 호의호식하며 날씨가 좋으면 좋은 곳 걸치고 테라스에 나와 망원경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시시덕 거리는 당시 고관대작들을 비춘다. 


하지만 영화는 당시 독일 권력층이 그렇게 바라던 내셔널리즘으로 가득한 스포츠의 정치적 효과를 외면한다. 즉, 정상정복의 희열을 맛보게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간 지나친 경쟁심리와 마치 로마시대  귀족의 눈요기를 위해 맹수와 싸우라고 울타리 쳐진 경기장에 밀어 넣어지는 노예들처럼 한없이 위험한 산속으로 간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도전이 권력자에게는 그저 가십거리나 정치적 활용에만 치우쳐 쉽게 잊혀졌다는 사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힘든 산행속에 애틋한 사랑도 들어가 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재미는 산을 타는 것에 달려 있다. 특히 눈보라가 치는 산을 오르지 못하고 하산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부상당한 오스트리아 등반대원을 끌고 내려오는 장면, 비박이라고 하는 산에서의 하룻밤등등...


힘들게 찍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아무리 기계적 트릭이라도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아무리 험한 산이라도 결국 누군가는 정복하게 되어 있다. 그들은 결국 앞서간 등반대원들의 발자국을 밟고 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