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방자전 - 결론은 상상초월 스토리텔링의 힘

효준선생 2010. 6. 3. 01:26

 

 

 

 

 

 

영화 방자전은 좀 특이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소설의 플롯을 완전히 해체하고 비틀어 놓은 뒤, 그리고 영화를 다 본 뒤에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의 탄생까지도 임의 지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화 방자전에는 소설 춘향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까지 설명해주는 친절함까지 베풀고 있다. 그걸 믿든지 말든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지만 재미있는 상상력의 발로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영화 방자전은 방자의 회고록처럼 시작한다. 유령작가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하면서 시작된다.(이부분은 감독의 전작 음란서생의 모티프와 닮았다) 시작은 종래 소설속의 그것과 별차이가 없다. 하지만 춘향의 눈에 들어온 것은 헛헛하고 부실해 보이는 이몽룡이 아니라 떡대도 좋고 못하는게 없는 홍반장 스타일의 방자였다.

이른바 하극상이지만 사실 춘향도 양반 출신이 아니라면 둘의 만남이 신분상 극복하지 못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양반인 이몽룡도 그녀를 품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양반아닌 자가 양반으로 상승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영화는 신분제도에 대해 신랄하고도 코믹하게 메스를 가하지만 그걸 한꺼풀 들어내놓고 보면 그냥 남녀간의 즐거운 사랑이야기일 뿐이다. 방자에게 성에 관련한 잡스런 지식을 알려주는 마영감이나 춘향의 엄마 월매를 통해 튀어나는 언사들은 참으로 곱지 못하다. 거기에 여자를 성적으로 정복하고자 하는 마초들의 음담패설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거기에 세차례 정도 출현하는 춘향과 향단의 육탄공격에 잠시 몽롱해질 뿐이다. 하지만 그것까지도 오늘날 청춘남녀와 뭐가 그리 다르단 말인가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배우 조승우도 처음 춘향전으로 데뷔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이몽룡으로 나왔을때 상대배우가 이팔청춘 미성년자였던 것에 비하면 방자전의 춘향은 무려 서른살의 조여정이다. 깎아놓은 밤톨같은 그녀의 동그란 얼굴에서 교태를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무엇이 그렇게 그녀를 힘든 연기의 한복판에 밀어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신분제도와 권력층의 허세를 각기 다양한 캐릭터를 부여해 보여주고 또한 매를 때리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화려한 의상과 배경이다. 방자가 두 번 춘향을 업고 가는 꽃길과 춘향과 월매자매가 입었던 한복의 매무새는 극찬을 해도 아깝지 않다. 워낙 배경이 화려하다 보니 김주혁과 류승범의 무덤덤하고도 시니컬한 연기가 가려지는 느낌도 들었지만 눈이 즐거워진 것은 사실이다.


이젠 영화도 스토리텔링이 돈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더 이상 뽑아낼 이야기가 없다면 기존의 벽과 언덕을 허물고 무너져버린 벽돌을 주워다 다시 쌓으면 된다. 재미만 있다면 관객은 호응할 것이다. 창조와 표절은 결국 하나의 콘텐츠에서 분화한 것이고 그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 살아 남을 것이다. 오마주라는 멋진 이름을 달고 말이다. 다음 작품은 향단전이 어떠할지 기대해본다. 헐리웃 블록버스터들도 실상은 소설이나 만화등에서 분화되어 나온 것을 보면 창작 시나리오라는게 얼마나 어렵고도 힘든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길을 우회하는 것도 방법이다. 영화는 모든 문화장르를 한곳에 녹여내는 용광로같은 것이므로, 그리고 그 길은 영화 방자전이 만들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