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유령작가 - 대역인생들, 국가권력에 맞짱뜨다

효준선생 2010. 6. 2. 01:12

 

 

 

 

▲ 위의 세 장의 스틸 컷으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 전직 총리의 사저이자 대필작가가 자서전 원고를 보는 장소로 나온 서재, 탐났다.

 

 

영화 유령작가를 다 보기 3분 전쯤, 우리는 글쎄 하면서 의구심을 약간 남겨두었던 부분에 확신을 하고 말았다. 그러게, 그 분이 의심스러웠는데 하고 말이다.

유령작가는 유명인을 대신해 그의 자서전 같은 것을 써내는 글쟁이를 말한다. 글쟁이라고 해서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속 주인공이자 그 남자는 줄곧 자신을 전직 총리(피어스 브로스넌)의 유령이라고 스스로를 일컬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영화속에는 두 명의 유령이 존재한다.

섬뜩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킨 유령말고 다른 한명의 유령은 누구였을까?


영화는 앞부분을 뚝 잘라먹고 시작하는 느낌이다. 시체 한 구가 바닷가에서 발견된다. 그 역시 유령작가로 살다 무슨 연유로 이승을 하직한 자다. 결국 그가 하던 대필을 누군가가 맡아서 해야 했고 여기에 간택된 인물이 그 남자(이완 맥그리거)다. 그는 돈을 많이 준다는 출판사 에이전시의 말에 넘어가 일을 맡지만 그가 찾아간 전직 총리의 거처는 적막하다 못해 으스스하다.


죽은 대필작가가 남긴 자서전을 읽던 그는 조금씩 이상한 낌새를 차리게 된다. 그리고 그가 그 연유를 알아가면서 자신을 둘러싼 공기가 쑥하고 희박해 짐을 느낀다. 마치 영국의 해변가 마을, 비가 자주 내려 햇빛을 보기 어려워진 날씨처럼 말이다.


그 남자는 아주 영리해 보이지 않다. 그래도 꾸준함은 있다. 물론 그가 의심을 품고 조금씩 진실을 파헤쳐 나감에 있어 감독은 물심양면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들은 생각보다 쉽게 그에게 단서를 제공하고 그에게 도움을 주는 자들은 한번씩은 진범이 아닐까 의심도 하게 된다. 그런 부분이 좀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우린 이 모든 문제를 전직 총리와 그의 수하 직원의 몫으로 돌리는데 별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 남자는 육체적으로 쫒기는 부분은 딱 한번 등장한다. 그것고 철조망 한번 넘는 정도로, 그 외에는 죄다 심리적인 압박감이다. 아무도 그를 쫒지 않음에도 관객들은 혹시나 하고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을 의심하게 되고, 막판에는 그 남자 자신도 의심하게 만들 정도니 말이다.


영화 중간부터 관건이 되는 인물 둘이 등장한다. 바로 총리의 부인과 모 대학의 교수다. 물론 그들은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고 애를 쓴다. 미스테리 스릴러물에서 그렇게 악착같이 감추려 드는 인물이나 혹은 반대로 자신을 위장 못하거나 경거망동한 행동을 한 자들은 대개 제 명에 살지 못하지만 이 영화는 좀 다른 결론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들은 영화 끝나기 3분전에 자신들의 정체를, 그리고 1분전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선사한다. 관객들을 롤러코스터에 태우고는 목적지에 내려주지도 않고 바이바이하는 양태다.


이 모든 의심을 뒤로 하고 두 번째 유령을 소개할까 한다. 그 보이지 않았던 유령은 바로 전직 총리다. 그는 겉으로는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견 화려한, 혹은 악명을 떨치며 살고 있다. 훌륭한 집에서 대필작가도 포함해서 많은 수행비서를 거느리고 ,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이 진정 자신의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주지 못하고 말았다. 그 역시도 바지사장에 불과했던 것이다.


영화를 다 관람하게 되면 그 이유를 알게 되겠지만 결국 국가의 권력이라는 것이 설사 그가 총리출신이라고 할지라도 맞서 싸울 수 없는 거대한 것임을 알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도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보이지도 않는 권력에 맞서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말인가. 바위는 보이기라도 하지, 보이지도 않는 바위를 향해 계란을 투척해 봐야 대필 작가들처럼 사라지기 밖에 더하겠냔 말이다.


우린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아닌지, 혹은 소모품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되돌아 보는 시간이었다. 글쎄 지금 이 시간에도 권력을 위해 엄청나게 머리를 쓰고 있을 그 분들도 나중에 유령처럼 사라질 운명일지도 모르는데...